"그냥 한 주를 시작할때 기분이죠. 혹시나 모를 인생 역전의 기대랄까. 허황된 꿈 같지만, 주말까지는 기분 좋은 상상으로 한 주를 보낼 수 있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직장인 S 씨의 로또 구입 경력은 10년 차다. 로또 번호 자동선택, 제비뽑기 나온 숫자로 구입, 길가에 눈에 띈 숫자 여섯 개로 구입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10년 동안 5등 당첨만 두 번 뿐이었다. 그래도 그는 로또가 주는 설렘이 지친 일상을 회복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혹시 모를 기분 좋은 상상이 잠시나마 업무에 시달리고 지친 일상을 달래주는 소소한 활력소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2002년. 그해 12월 가로 약 8cm, 세로 약 11cm 크기의 로또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지 6998일이 되는 29일 1000번째 추첨을 한다. 지금까지 평균 당첨금은 평균 20억4290억원, 매 회차 1등 당첨자 수는 평균 7명이다.
2002년 12월 2일 첫 판매가 시작한지 한 달도 안돼 당첨금액이 커진 로또는 일확천금의 대명사로 자리 잡으면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화제는 로또였다. 당첨 비법을 제공하거나 정보를 교환하는 사이트와 커뮤니티사이트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포털의 한 커뮤니티는 복권 관련 정보 공간을 만든지 3개월 만에 6000명 가까운 회원이 등록하기도 했다. 로또 마스터라는 책도 발간되기도 했고 '로또계'도 등장했다.
2003년 4월 12일 당첨금 이월로 1등 당첨자가 사상 최대인 407억2000만원을 차지하면서 '열풍'을 넘어 '광풍'이 일었다. 만우절에 가장 듣고 싶은 말로 '로또 당첨'이 가장 많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한사람에게 왕창 몰아주는 방식의 로또가 대'중들에 사행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자 정부는 로또 당첨금 이월 횟수를 줄이고 2004년 8월부터는 한 게임당 로또 구매 가격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였다.
로또에는 긍정과 부정이 공존한다. 직장인 S 씨처럼 1000원 투자로 소위 대박의 꿈을 이루는 미래를 상상하는 즐거움을 일상의 원동력으로 삼는 경우가 있는 반면 1등 당첨이 불러온 불행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1등 당첨자들의 뒷이야기도 극명히 갈린다. 로또 당첨으로 빚을 갚고 회사도 성실히 다니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첨금을 사회에 기부해 이웃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당첨금 분배 문제로 형제의 우애를 갈라놓거나, 도박과 유흥비로 모두 탕진해 사기꾼이나 좀도둑이 돼 전과자로 추락한 사람도 있다.
S 씨는 "새해 첫날 로또를 사는 사람들도 많다. 당첨 기원보다는 무사한 한 해를 보내기 위한 마음이 더 큰 것 같다"며 "로또가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로또 구매로 사회공헌 사업도 많이 하니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또 하나의 여가 생활로 보는 것도 지나친 시각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