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8개 학술·사회단체는 14일 비정규직 법·제도와 관련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의 답변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4일까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대선 후보들에게 질의했다. 이재명·윤석열·심상정 후보는 답했으나 안철수 후보는 답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문제 관련해 세 후보의 입장차는 갈렸다. 단체는 비정규직 관련 30개 정책 대안 의견을 물었다. 고용원칙, 비정규직 보호, 노동시장·사회안전망 등이다. 심 후보는 단체에서 제안한 대안 30개를 모두 찬성했다. 이 후보는 찬성 20개, 유보 10개다. 윤 후보는 찬성 13개, 유보 5개, 반대 12개로 전해졌다.
세 후보가 모두 동의한 비정규직 관련 정책은 14개다. 안전과 차별 철폐, 사회 안전망 확충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생명·안전 관련 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위험의 외주화 금지 확대·강화 △고용 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 금지 명문화 △초단시간 노동자 차별처우 법 규정 철폐 △전 국민 고용보험제 실현 △전 국민 상병수당 도입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창출 등이다.
이 후보는 대부분의 정책에 찬성했지만 일부 정책에는 유보적 입장을 드러냈다. 특수고용노동자 근로자성 인정 및 법적 보호,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중대재해처벌법 5인 미만 확대 적용,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관련 자회사 직접고용 전환, 최저임금 수준 지속 인상, 주 48시간제 전면 적용 등이다. 국민적 공감이 필요하다거나 단계적 적용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 공약이었으나 소상공인, 영세기업을 중심으로 반발이 지속돼 공약이 달성되지 못했다”며 “다양한 제도적 보완책을 함께 시행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일부 정책에 뚜렷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명문화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어 상당한 혼란과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며 “직업역량과 성과를 반영한 유연한 임금체계 구축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완성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득보다 실이 크다. 취업 준비 청년에게 박탈감을 안겨 준 최악의 정책”이라며 “공정한 평가를 거쳐 개선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과 최저임금 지속 인상, 이익공유제 도입에 대해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심 후보는 다른 후보들이 유보·반대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48시간 도입,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완성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심 후보는 “대한민국은 지독한 과로 사회다. 우리도 선진국답게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며 “생애주기별 노동시간 선택제를 도입해 누구든 육아, 돌봄, 학업 등의 필요가 생길 때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더 이상 헐값 노동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소상공인에게는 일자리안정자금을 충분히 제공해 최저임금 인상을 뒷받침하겠다”며 지나친 임금을 제한하는 최고임금제 도입도 예고했다. 국회의원 임금은 최저임금의 5배, 공공기관 임원은 7배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당시와 현재 각 정당의 입장 변화도 분석됐다. 단체에 따르면 정의당은 비정규직 해법 관련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저임금제 관련해 찬성 입장에서 유보 입장으로 후퇴했다. 국민의힘은 일부 정책 중 반대에서 찬성·유보로 친노동적 입장 변화를 보였다.
국내 비정규직 규모는 지난해 8월 기준 806만6000명이다. 전체 임금 노동자 중 38.4%다. 비정규직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치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