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원전 단지 포격한 러시아…‘방사능 악몽’은 피했다

우크라 원전 단지 포격한 러시아…‘방사능 악몽’은 피했다

기사승인 2022-03-04 19:55:59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 단지 평소 모습.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홈페이지 캡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원전 단지를 장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자포리자주 원전 감독 당국(SNRI)과 우크라이나 군은 이날 성명을 내 러시아군의 점령 사실을 알리며 “원전 가동 직원들이 원자로 상태를 통제하고 있고, 안전 운영 규정에 따라 운용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SNRI는 성명에서 원자로 1호기 격실 일부가 러시아군 공격으로 훼손됐으나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4기는 냉각돼 있고, 나머지 1기는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SNRI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원전) 행정동과 출입 검문소가 점령자들(러시아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면서 “원전 직원들은 원전 시설의 안정적인 가동을 유지하면서 근무를 계속하고 있고, 원전의 방사능 수준은 정상”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군은 이날 새벽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에 있는 원전 단지를 포격해 외곽 5층짜리 교육·훈련용 건물에 불이 났다. 러시아 군은 이후에도 1시간 넘게 포격을 계속해 소방관 진입이 늦어졌지만, 결국 진화에는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포리자 원전은 원자로 6기를 보유한 대규모 단지로,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의 4분의 1가량을 생산한다. 단일 단지로는 유럽 최대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만약 원자로에 포격이 가해졌거나 불이 번졌다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대형 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었으나, 화재로 인한 방사능 수준 변화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현지 비상사태부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국 정부 등에 원전 단지의 방사성 물질 누출은 없다고 통보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보좌관은 성명을 내 “러시아는 의도적인 핵 재앙으로 세계를 협박하고 있다”며 “최대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 그룹이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스푸트니크, 타스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 사보타주 단체가 보호구역을 순찰하는 러시아 국방군 이동 순찰대를 먼저 공격했고, 건물을 떠나면서 건물에 불을 질렀다’고 밝혔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 정권의 원전 도발 목표는 러시아가 방사능 오염의 근원을 만들려 한다고 비난하려는 의도”라고 강변했다.

로이터는 “러시아 측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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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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