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동물복지 등을 생각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닭고기 공급 회사로 이름을 알린 하림이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하림은 최근 ‘신선도’와 ‘동물복지’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닭고기뿐만 아니라 가정간편식(HMR)으로까지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하림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식품의 본질은 자연에 있으며, 신선한 식재료로 최고의 식품을 만든다’
최근 기자는 전북 익산 하림 퍼스트키친을 방문했다. 하림은 위와 같은 식품 철학을 토대로 자연·신선·최고의 맛을 추구하고 있다. 퍼스트키친은 이같은 하림의 철학이 실현되는 공간이다. 퍼스트키친은 말 그대로 첫 번째 부엌을 의미한다. 기존 가정에서의 부엌이 당초 조리를 하는 공간에서 가족이 모이는 공간으로 바뀌면서, 조리공간은 하림의 퍼스트키친에서 이뤄진다는 개념이다. 하림 관계자는 "과거에는 하림을 '단백질 공급 회사'라고 소개했다면, 이제는 종합식품회사라고 소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퍼스트키친은 ‘더미식’ 시리즈의 음식들을 만든다. 공장은 크게 K1, K2, K3 3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K1에서는 가정간편식(HMR), 냉동식품, 조미식품이 등이, K2에서는 라면, 자장면 등 면류가, K3에서는 밥류가 생산된다. 각 공정은 오픈 키친 형식으로 설계되어 있어 투명하게 내부를 관찰할 수 있다. 이날 현장을 방문했을 때 직원들은 전신 방진복, 장갑, 마스크 등을 착용한 채 공장 내부를 청소 중에 있었다.
K1에서는 국·탕·찌개류, 덮밥소스, 요리·반찬류, 죽·스프류 등의 가정간편식(HMR)이 만들어진다. K2는 면류 생산 전용 공장이다. 더미식 장인라면과 더미식 유니자장면이 만들어진다. 이들의 특징은 분말스프가 아닌 액상스프라는 점이다. 하림은 액상스프를 만드는 데에 20시간 넘는 가공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하림 관계자는 “액상스프에 들어가는 육수를 만들기 위해 사골, 소고기, 닭고기 등을 기본으로 버섯, 양파, 마늘 등 각종 채소를 20시간 동안 끓여 만든다”고 설명했다.
재료는 신선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변 농가에서 직접 재료를 공급받고 육수의 기본이 되는 닭뼈 또한 지근거리에 있는 하림 육가공 공장에서 바로 가져올 수 있어서다. 면은 유탕면이 아닌 칼로리가 낮은 건면이다. 평균 130도의 강한 열풍을 쏘여 건조시킨 후 저온에서 서서히 말리는 제트노즐 공법을 사용했다. 하림 관계자는 “장인라면과 유니자장면에 이어 면 제품을 지속 생산해나갈 방침”이라며 “특히 최근 비건 식품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관련 제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K3에서는 더미식 밥이 만들어진다. 하림 관계자는 더미식 밥의 장점으로 “오직 쌀과 물로만 밥을 만든다”는 점을 꼽았다. 보존기간과 밥 향을 위한 산도 조절제, 보존료 등의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더미식 밥은 물붓기와 밀봉 공정에서 균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직원 출입 또한 제한하고 있다. 무균화 설비인 클린룸에서는 자동화 기계가 밥을 짓는다. 더미식 밥은 현재 백미밥과 귀리쌀밥, 현미밥, 흑미밥, 오곡밥 등 총 11종을 출시 준비 중이다.
하림 퍼스트키친 바로 옆에는 현재 물류센터가 건립 중이다. K1·K2·K3에서 생산된 제품을 물류센터로 바로 옮겨 별도의 유통업체를 끼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배달할 수 있는 D2C 플랫폼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하림의 노력, 소비자 입맛 사로잡을까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맛과 동시에 가격이다. 그렇다면 가격은 어떨까. 일련의 정성스런 공정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가격은 경쟁사 제품들보다 다소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면류의 경우 장인라면이 1봉지에 2200원, 유니자장면이 2인분 기준 7980원이다. 더미식 밥도 시중 타사 제품 대비 높은 가격이다. 더미식 밥은 210g 하나당 2300원이다. 공식몰 기준 오뚜기의 '오뚜기밥'은 1380원, CJ제일제당의 '햇반'은 1850원이다.
하림은 타사 제품 대비 ‘비싸다’라는 일부 가격 논란에 대해 원재료와 최첨단 설비를 강조하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신선한 식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는 것이 하림의 식품 철학”이라며 “최고의 맛을 내려면 최첨단 설비가 들어가고 자연의 식재료가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원가가 비싸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림의 바람이 소비자에게 닿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더 미식밥’은 어머니의 집밥처럼 좋은 쌀과 맑은 물로만 짓는다. 인스턴트식품이라는 죄책감을 갖지 말라. 이처럼 원칙을 지키고, 진실과 신뢰로 다가간다면 언젠가는 소비자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했다. 또 “닭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단백질 식품과 가정간편식을 생산·가공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