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격리 의무 유지하기로 

확진자 격리 의무 유지하기로 

방역당국, 아직 ‘안착기’는 무리라고 판단

기사승인 2022-05-20 14:04:58
서울 종로 명동거리에 시민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의 7일 격리 의무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부터 4주간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 이행기를 가졌다. 전국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지켜본 결과, 아직까지 ‘이행기’에서 ‘안착기’로 나아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20일 김헌주 질병관리청 차장은 “격리의무 해제는 재유행 시기를 앞당기거나 그 정점을 높이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아직 상당수의 국가가 격리의무를 유지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신규 확진자 발생률 등이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상황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격리의무 해제 여부는 현재 유행상황을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두고 검토됐다. 앞서 3월 3주를 정점으로 신규 확진자 발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2만명에서 3만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달 2주의 감염재생산지수는 0.9로, 직전주 수치인 0.72에 비해 0.18 상승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확진자 1명이 추가 발생시키는 확진자 수를 의미한다. 1을 초과하면 확산세, 1보다 작으면 감소세를 나타낸다. 즉, 현재는 감소세라고 해도 감소의 폭이 줄어드는 양상이라는 의미다.

변이 바이러스라는 위험변수도 상존한다. 기존 오미크론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높은 신규 변이 BA.2.12.1이 미국에서, BA.4, BA.5가 남아공에서 각각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가간 이동이 다소 유연해짐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BA.2.12.1 19건, BA.4 1건, BA.5 2건이 발견됐다. 신규 변이는 백신의 효과를 저하하거나, 면역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어 재유행 유발 요인으로 꼽힌다. 

질병관리청이 향후 코로나19 유행양상에 대해 예측을 실시한 결과, 격리의무를 유지한다고 전제해도 면역감소 효과에 따라 이르면 올 여름부터 재유행이 시작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는 9~10월경에는 다시 유행의 정점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을 기점으로 확진자의 격리의무를 해제한다면, 유행상황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6월과 7월 사이에는 감염재생산지수가 1에 도달해 확산세가 다시 반등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질병관리청은 격리준수율이 50%일 경우에는 1.7배, 전혀 준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확진자가 최대 4.5배 이상 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정기 이행, 앞으로 4주 더 지켜본다

확진자 격리 의무 해제 여부는 앞으로 4주간의 상황을 추가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격리의무 해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정부는 4주의 유예기간을 최종 결정했다. 

김헌주 중앙방역대책본부 제1부본부장은 “현재의 방역상황에 대한 검토를 거쳤고, 신규 변이의 국내 유입 확산 가능성과 일반의료체계 준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 내용”이라며 “논의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4주라는) 일정 기간을 특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확진자를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을만큼 의료체계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됐다. 김 부본부장은 “확진자의 대면진료를 위한 의료기관의 확보, 무엇보다도 의료기관 내의 감염관리체계에 대한 준비를 계속해 왔지만, 앞으로도 준비가 계속 필요한 상황”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앞으로 4주가 경과한 이후의 상황도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김 부본부장은 “현재로서는 향후 유행 상황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낙관할 수 없다는 예측을 하고 있다”며 “신규 변이의 불확실성까지 감안한다면 결코 낙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3일 자율격리가 대안으로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현행 7일 의무격리는 확진자가 위반할 시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처분을 받게 된다. 법률에 근거한 처분을 없애되, 확진자에게 자율적으로 3일 격리할 것을 권고하는 방식이다.

임숙영 상황총괄단장은 “현재의 격리가 그대로 유지되거나, 100% 준수되지 않거나, 50% 준수되는 등의 세가지 시나리오로 (향후 유행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며 “3일 격리는 50% 정도 준수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율격리는 격리를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바꾸는 것으로, 확진자가 자율적으로 이를 준수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격리권고는 방역당국이 격리를 권고하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격리의무 해제와 별개로,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 전환은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임 단장은 “안착기 과제들이 충실히 이행되고 있다”며 “격리의무가 해제되지 않는다고 해서 (전환 자체를) 스톱을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격리의무 해제 이외의) 안착기 과제들은 그대로 이행한다”고 말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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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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