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가 왜 과학·의학 세미나를 열어요? 담배회사가 왜 금연을 권해요?”
김기화 한국필립모리스 커뮤니케이션팀 상무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흡연을 시작하지 말고, 흡연을 하고 있다면 끊고, 끊지 않겠다면 바꿔라’ 슬로건과 함께 흡연자들의 건강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상무는 “가장 좋은 선택은 금연이지만, 금연을 하는 데 어려움이 큰 성인 흡연자들에게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대체재가 있다”고 강조했다.
29일 한국필립모리스가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담배 위해 감소 연구와 담배 제품별 사용자 연구를 주제로 과학·의학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흡연의 위해성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는 과학·의학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흡연의 장점은 없다. 대한폐암학회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이 국민 6374명을 13년 동안 추적한 결과, 매일 1개비에서 19개비의 담배를 피운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10.5배 높았다. 100만명을 대상으로 코호트 분석한 미국 연구에서는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가 질병에 걸릴 확률이 △신부전증 2배 △허혈성 장질환 6배 △고혈압성 심질환 2.3배 △유방암 1.3배 △전립선암 1.4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필립모리스는 전 세계 담배회사 최초로 지난 1999년 10월13일 흡연이 폐암의 원인임을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금연을 홍보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대신 담배가 아닌, 담배 ‘연기’를 척결 대상으로 겨냥한다. 그 일환으로 비연소담배를 연소담배의 대안으로 권하고 있다. 연소담배는 말 그대로 불을 붙여 태우고, 연기가 발생하는 일반 담배다. 비연소 제품은 이른바 ‘전자담배’로 불리는 제품이다. 액체를 가열하는 액상형과 연초 고형물을 가열하는 궐련형이 있다.
비연소담배를 대안으로 인정하는 해외 사례도 적지 않다. 주요 국가의 규제기관들이 기존의 연소담배와 비교해 비연소담배가 갖는 차별점을 공인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유해물질 발생 정도와 질병 위험을 낮춘 담배 제품을 ‘수정된 위험의 담배제품(MRTP)’으로 인가하고 있다. 필립모리스의 제품은 2020년 인가를 받았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앞서 2014년부터 ‘담배 제품에 관한 지침(TPD)’ 법률에 근거해 비연소담배를 공식적으로 별도의 범주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세미나에서는 비연소담배가 흡연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는 연구 3건이 소개됐다. 이들 연구는 모두 한국필립모리스와 무관한 연구기관이 독립적으로 수행했다. 연구 결과에 대한 설명은 지젤 베이커 필립모리스 인터네셔널 과학부문 부사장, 김재현 한국필립모리스 과학 커뮤니케이션 부장, 김대영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앞서 2019년부터 1년가량 한국필립모리스 과학총괄임원을 지냈다.
연구들은 모두 비연소담배가 ‘덜 나쁘다’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가장 먼저 일본의 의료정보 데이터 자료에 기반한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입원율 변화가 소개됐다. COPD는 주로 장기간 흡연자에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일본에서는 2013년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COPD 입원율이 2017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반전됐다. 이런 감소세가 나타나는 데 비연소담배 출시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필립모리스 측 주장이다.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들도 소개됐다. 이기헌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연구팀이 2021년 약 500만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제시됐다. 이 연구에서 일반 연소담배 흡연자가 비연소 담배로 전환하고 5년 이상 경과하면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23%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금연할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도는 37%로 더욱 감소했다.
이어 2021년 질병관리청이 수행한 ‘흡연자의 날숨 내 휘발성 유기화합물 농도 연구’가 소개됐다. 이 연구에서는 담배 제품별 사용자의 날숨에 포함된 일산화탄소 검출 수치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일반 연소담배 흡연자는 10ppm 수준의 일산화탄소가 검출된 반면, 비연소담배 중 궐련형 제품 흡연자는 4ppm 이하로 검출됐다.
김 교수는 “비연소담배는 일산화탄소를 비롯한 유해물질의 노출을 상당히 감소시키면서도 흡연 시 니코틴을 전달하기 때문에 흡연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의사로서 어떤 유형의 제품이든 흡연을 권할 수는 없다”며 “흡연자에게 객관적인 데이터를 설명해주고, 스스로 옳은 선택을 하게끔 지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건강에 가장 바람직한 선택은 금연이다”라며 “우리는 흡연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연소담배 흡연자들이 계속해서 흡연을 할 수밖에 없다면, 위해성을 상당 부분 낮춘 비연소담배로 전환시키는 것이 차선의 대책이다”라고 피력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