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2년 제정된 우리의 식품위생법은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입니다. 지금까지 94번의 개정이 있었고, 하위법령까지 세면 350사례의 개정을 거쳐 변화해 왔습니다”
정부가 식품 분야 규제 혁신에 나섰다.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식품분야 규제혁신 국민 대토론회에서 권오상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국장은 법령의 지속적인 개선 상황을 설명하며 규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권 국장은 “우리나라에서 기준을 충족시킨 식품은 전 세계 어떤 국가를 가도 인정을 받을 정도로 국제적 수준과 견주는 실력에 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배양육’처럼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식품에 대한 규제다. 배양육은 식물성 원료로 제작한 ‘대체육’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식재료다. 살아있는 동물에서 채취한 세포를 실험실로 옮겨와 무균 상태에서 크기를 키우는 방식으로 제작되는 육류다. 제작 방식때문에 개념이 등장한 초기에는 ‘세포고기’로 불리기도 했다.
배양육은 기후변화와 식량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축산업에서 기본적인 형태로 자리잡은 공장식 가축 사육은 심각한 토양·수질오염을 일으킨다는 문제가 크다.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을 학대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아 환경단체는 물론, 동물권을 옹호하는 시민단체의 반대도 강하다. 가축을 도축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페기물과 탄소도 상당하다. 배양육은 기존 축산업이 거쳐야 하는 단계를 건너 뛰고, 세포에서 곧바로 고깃덩어리를 얻는다.
하지만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조작한 세포를 섭취했을 때 인체에 미칠 영향이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옥수수, 콩류 등에서 개발된 GMO식품에 대한 반감을 갖는 소비자들도 여전한 만큼, 배양육이 안전성을 인정받고 널리 소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식약처는 배양육 기술의 발전에 앞서 선제적으로 규제의 기반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권 국장은 “배양식품을 다룰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지만,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양식품은 아직 상용화까지 가지 않았고, (배양식품이 소비되는 시점이) 향후 5년 내지 10년으로 언급되고 있다”며 “다만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는 감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식약처는 앞으로 등장할 기술에 대비하기 위해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안전성 담보가 최우선 목표로 제시됐다. 강대진 식품기준기획관은 “현재로써는 전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배양육을 소비할 수 있는 사례가 싱가폴 한 국가”라며 “싱가폴조차 치킨너겟 형태의 한 제품만 허용한 상태”라는 설명과 함께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배양육이) 상업화 되기 전 안전관리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가 그동안 한번도 섭취하지 못해본 식품은 한시적 기준을 인정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현재 식약처는 안전성과 독성 평가는 물론이고 (배양육의) 기원이 되는 동물에 대해서도 평가를 하는 절차를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건강기능 식품에 대한 규제도 조명을 받았다.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이후 단기적으로 증가한 건강기능식품 소비량이 향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권 국장은 “우리나라는 건강기능식품 소비와 관련해 중대한 사고가 연간 10건에서 5건 수준으로 매우 적게 발생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건강기능식품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보다 심도있고 엄중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를 위한 전문 위원회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에 대한 정보 공개와 국제적인 공조도 활성화 하며 신뢰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가 기업과 제품을 규제·검토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요청도 나왔다. 규제기관으로서 기본적인 임무를 다하면서도, 국내 기업의 해외 수출을 관리해 국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는 국내 기업들의 분유 제품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음에도 중국 시장에 진출할 활로를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국내 식품 기업들이 해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일정한 푸드 분야에 한정된 경향이 있다”며 “가령 분유의 경우 인구가 많은 중국이 중요한 시장인데, 자사는 앞서 2017년 중국 시장에서 5000만불의 수출 실적을 기록한 이후 중국 정부의 비관세 장벽 등 어려움을 마주해 현재는 수출 실적이 반토막”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 또는 관계부처에 식품 수출을 전담해 기업들과 소통할 수 있는 부서나 TF팀을 구성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유미 수입식품안전정책국장은 “식약처가 그동안 규제와 점검에 집중을 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그 역할을 더욱 확장해 수출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족하지만 이제 시작되고 있는 단계이며, 쉽지 않겠지만 이번주 중국과 분유 수출 관련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며 “식품 분야에 관계하는 부처에 TF를 두고 일을 전담하게 하는 방안도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식품 규제와 관련된 장벽 극복을 돕는 일은 기존에도 식약처의 업무로 존재했지만, 앞으로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 더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기업들을 위한 컨택포인트를 만들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