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환자 1만 명을 넘어서면서 확진자 세계 1위로 올라선 미국. 이에 따라 미국 내 원숭이두창 치료제 및 백신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의 전 세계 확진자는 3만5032명(13일 현재)으로 급증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상사태를 선포한 미국은 1만726명(11일 기준)으로 31.2%를 차지한다. 확진자 중 5분의 1정도가 뉴욕시에서 발생했다.
미국은 지난 5월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처음 나온 이래로 빠르게 확산됐고 7월 1000명대를 넘어서면서 11일 기준 1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빠른 확산세로 백신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FDA가 승인한 원숭이두창 백신은 ‘지오네스’가 유일한 상황으로 생산이 한정적인데다가, 전 세계로 공급해야하는 만큼 미국 내에서는 ‘백신 절벽’ 상태가 우려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원숭이두창 치료를 위해 천연두 치료제 ‘티폭스’를 대량 구입을 결정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해당 치료제에 대해 원숭이두창 치료 승인을 허가하지 않은 상태다.
美 ‘백신 절벽’ 우려…백신 1회분을 5명이 맞는다
미국 FDA는 공문을 통해 미국의 원숭이두창 위험군은 160만∼170만명이라며 백신 320만∼340만회 접종분이 필요하지만 현재 올 연말까지 확보 가능한 분량은 그 절반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 없이 모자란 셈이다.
이에 지난 9일 미국 FDA는 기자회견을 열어 원숭이두창 백신(진네오스) 접종에 관한 새로운 절차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 백신 공급이 부족해지자 18세 이상 성인에 한 해 백신 1회분을 5명에게 나눠 투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피부 조직 깊이 백신을 투여하는 ‘피하주사’ 방식에서 피부 바로 아래 백신을 투입하는 ‘피내주사’ 방식으로 백신 투여 방식을 변경한다. 이로써 면역 효과는 떨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오네스’를 제조하는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노르딕이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ᄄ·르면 해당 업체가 “안전성 데이터가 매우 제한돼 있어 (접종 방식 변경에) 의문이 든다”며 FDA와 미국 보건복지부 측에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성매개질환(STD)담당자연합 등 외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당 접종 방식이 안전성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채 서둘러 변경해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에서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주장, 이번 결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원숭이두창 치료제로서 ‘티폭스’ 승인? 아직 안전성․유효성 부족
지난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시가 테크놀로지스의 항바이러스제제 ‘티폭스’를 2600만 달러(340억7300만원) 상당을 매입했다.
티폭스는 미당초 천연두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으며, 지난 7월 8일에는 영국 의약품 규제당국(MHRA)도 허가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티폭스’가 미국에서 대량 매입됐음에도 원숭이두창 치료제로서는 승인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1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미국은 왜 원숭이두창 치료제 승인을 미루나?’ 이슈브리핑을 통해 “티폭스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유효성 자료가 없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티폭스는 영장류와 토끼와 같은 동물모델을 통해 천연두 치료제로의 효능은 확인됐으나,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천연두나 원숭이두창 효능을 입증한 임상시험 사례는 없다.
동물시험에서 티폭스는 원숭이두창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였으나, 동물시험에서 효과가 있는 의약품이 항상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FDA는 티폭스가 원숭이두창 감염에도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평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는 국립보건연구원(NIH)이 에이즈를 연구하는 기관인 ACTG(AIDS Clinical Trials Group)와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에이즈 환자를 대상으로 티폭스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질병청은 의약품 치료목적 사용 프로그램 규정에 근거해 티폭스를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입 안 발진과 수포로 인해 경구용 의약품을 복용하기 어려운 환자를 위해 사용된다.
한편, 국내는 지난 6월 22일 최초 확진자 1명 이후로 추가 감염 사례는 없다. 대신 해외 유입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치료제, 백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1일 정부는 원숭이두창 백신 ‘진네오스’ 5000명분을 도입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