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추석 연휴 방역 문턱을 크게 낮췄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행 시작 이후 3년 만에 거리두기 없는 첫 명절을 맞이한다. 일각에선 대규모 이동과 접촉이 불가피한 추석 연휴에 지나치게 완화된 지침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연휴가 ‘표적 방역’의 중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일 0시 기준 신규확진자가 8만157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목요일 기준 이날 확진자 수는 지난 7월21일(7만1130명) 이후 6주 만에 최소 규모다. 1주일 전인 지난달 25일(11만3349명)보다도 적은 수치다.
방역당국은 재유행 정점이 꺾이며 신규 확진자 규모가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전날 “연휴 이동량 증가로 인해 감염이 증가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정점 구간을 지나고 있고 지난주부터 감소 추세에 들어섰기 때문에 유행 양상이 많이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9~12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폭 완화된 방역지침을 내놨다. 이번 추석엔 가족 모임과 방문에 제한이 없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버스·기차 내 실내 취식이 허용된다. 대중교통 좌석 ‘한 칸 띄어앉기’도 사라진다. 이동량을 줄이기 위해 유료로 전환했던 연휴기간 전국 고속도로에서 모든 차량의 통행료도 면제한다.
진단검사와 코로나19 진료체계는 유지한다. 유전자증폭(PCR) 검사의 경우 선별진료소 603개소와 서울역과 청량리역·고속버스터미널·안중터미널, 부산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임시선별검사소 69개를 운영한다. 경기 안성·이천·화성·용인, 전남 백양사·함평천지·보성녹차·섬진강, 경남 통도사 등 9개 휴게소에도 임시선별검사소를 설치한다.
다만 감염에 취약한 대상을 집중 관리하는 ‘표적방역’을 위해 요양병원·시설 방역지침은 강화한다. 방역당국은 요양병원와 요양시설의 접촉 면회를 금지하기로 했다. 비접촉 대면 면회 또는 비대면 방식으로만 면회가 가능하다. 종사자 선제검사, 외출·외박 제한 등 현행 방역수칙을 유지한다.
이를 두고 완화된 방역지침이 재유행의 기폭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3일부터 해외입국자의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의무까지 폐지돼 우려가 높다. 해외체류자의 한국 방문이 크게 늘어나 해외 유입 확진자 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당초 입국자 증가를 고려해 추석 연휴 이후 검사 의무 지침이 폐지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정부는 오히려 귀국 예정인 국민들의 수요와 편의를 고려해 연휴 이전으로 앞당겼다.
전문가는 추석 연휴 기간 감염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며 추석 방역 정책이 사실상 부재하다고 꼬집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감소 추세긴 하지만 10월경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추석 연휴, 해외 입국자의 PCR 검사 해제, 축제 등으로 감염자 숫자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추석 방역 정책을 살펴보면 코로나19 방역 대책이 아니라 경제 활성화 정책”이라며 “통행료 면제가 방역에 어떤 도움이 되겠나. 정부 방역 정책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비판했다.
명절이 코로나19 유행 규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내 마스크 외에는 다른 조치 없이 유행이 자연 감소하고 있는 상태로 연휴 이후 검사 증가에 따라 일시적으로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유행의 감소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입국자 입국 전 검사 해제도 전체 유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