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바이오 기업 주식거래 내역 제출을 거부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백 청장 동생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진단키트기업 사외이사에 지원하며 ‘누나 찬스’를 쓰려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7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백 청장 검찰 고발 안건을 의결했다.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은 “2022년도 국정감사와 관련해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4조 및 제15조에 따라 위증과 상당한 이유 없이 서류 제출요구를 거절한 등의 사유로 백경란 증인을 검찰에 고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제12조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 보고 또는 서류 제출 요구를 거부한 자 등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14조는 ‘증인이 허위 진술을 했을 때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국회로부터 고발장이 접수된 날로부터 2개월 이내 수사를 종료하고, 검찰총장은 국회에 수사결과와 함께 처분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여당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그동안 백 청장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많은 애를 썼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백 청장을 두둔했다. 그러나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런 질병청이 더 정정당당하게 일해야 하기 때문에 한 점의 의혹도 국민들에게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여당 의원들이 단체 퇴장하는 가운데 백 청장 고발 건이 의결됐다.
앞서 국회 복지위는 국정감사를 통해 백 청장에게 지난달 28일 오후 6시까지 백 청장 본인의 10년간 주식보유 및 수익내역 등 11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백 청장은 매도내역 등 기존에 제출했던 자료를 그대로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청이 제출한 자료는 이미 알려진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 신테카바이오, 바디텍메드, 알테오젠, SK바이오팜 등이었다. 지난 9월 말 인사혁신처로부터 직무 관련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은 배우자 소유의 엑세스바이오, SK, 주식 매각 시점 등도 재차 제출했다.
설상가상으로 백 청장 남동생 백모씨가 코로나19 진단 키트사업을 하는 바이오사 사외이사직에 지원하며 “친누이가 2대 질병청장 임무를 맡은 백 청장”이라는 직무수행 계획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백 청장은 전날 전체회의에 출석해 동생이 직접 수행 계획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고 제3자에 이후 사후에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서명도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백 청장 취임 후 백씨가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 있었을 때 계약 규모도 크게 늘어났다는 의혹도 나왔다. 질병청은 8일 “민간 기술을 이용해 유전체 분석 효율성을 높이고자 전장유전체 외부 용역 분석 건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면서 “업체선정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조달청 입찰 과정을 통해 진행됐다”고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백 청장의 거취까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거취를 묻는 신현영 민주당 의원 질의에 백 청장은 “직원들이 저를 믿고 현재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을 대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저희 직원들에 대해서는 격려와 지원을 지속해 달라”고 말했다.
겨울철 재유행은 임박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6만2073명으로 집계됐다. 7만명대를 기록했던 지난 9월15일 이후 54일 만에 최다 수치다. 위중증 환자 수가 늘어나며 병상 가동률도 30%에 근접했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오는 12월 코로나19 재유행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방역당국은 2가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지만 접종률은 낮다. 18∼59세 누적 접종자는 7만5218명이다. 해당 연령대 동절기 추가접종 접종률은 인구 대비 0.2%, 대상자 대비 0.3%다.
의료계에서는 예민한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바이오 주식 산 공직자가 백 청장 혼자는 아닐 텐데 ‘왜 나만 가지고 이러나’ 싶은 심정도 있을 것”이라며 “질병청장이 솔선수범해서 백신 접종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적극 홍보에 나서야 할 때에 아쉽다”고 말했다. 질병청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던 다른 한 관계자는 “취임 전 정부 검토를 받았고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는 자문을 들은 것으로 안다”며 “검찰 고발이 진행되도 아무 결론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청장 발목잡기”라며 “감염병 대응 측면에서 야당 공세가 적절해 보이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