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독이 든 성배’라지만…능동적 행보 잇는 이대서울병원

상급종합병원 ‘독이 든 성배’라지만…능동적 행보 잇는 이대서울병원

기사승인 2025-10-27 06:00:14 업데이트 2025-10-27 06:56:33
주웅 이대서울병원 원장이 22일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대형병원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정부 지원이 강화되고 환자 유입이 급격히 늘어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통해 역할을 중증·고난도 환자 진료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경증 병상을 줄이고 중환자실을 늘려야 하는 정책 변화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자칫 수입보다 지출이 더 커지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서울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병원은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소아·산모 진료를 대폭 강화했고, 고난도 진료로 꼽히는 대동맥·뇌혈관 질환 환자를 위한 인프라도 확충했다. 낮은 수가로 외면받는 분야에 투자하는 배경에는 이화의료원의 설립 이념을 바탕으로 한 공공성 강화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주웅 이대서울병원장은 “이대서울병원은 ‘엄마와 아기 병원’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중증·고난도 진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이화의료원의 설립 이념을 반영한 공공성 강화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대서울병원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수익 때문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미 상급종합병원인 이대목동병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구조전환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병원에 병상 수 5~15% 감축과 희귀·중증·난치성 질환자 비중 70% 달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들은 경증 환자 병실을 중환자실로 전환하거나 중환자 수용 시설을 확충하는 공사에 착수했다. 이대서울병원은 별도 공사 없이 기존 병실 일부를 개편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준비된 병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 병원장은 “이대서울병원은 병실 여유가 있어 물리적인 공사 없이 내부 개편만으로 중환자실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이미 운영 중인 신생아 중환자실과 뇌출혈, 대동맥 질환 환자를 위한 진료시설이 많아 구조전환 시범사업의 취지를 이전부터 충족해왔다”고 말했다.

또 “경증 환자보다 중증·고난도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지역 거점병원 역할은 이미 수행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더욱 자신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성에 집중하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준비하는 이대서울병원이지만 현실적 한계도 적지 않다. 정부가 환자진단군분류(KDRG) 체계를 4.4버전에서 4.6으로 개편하며 중증·고난도 진료 지원 강화를 예고했지만, 현장 의료진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복강경 수술과 로봇수술의 보상 체계다. 같은 자궁근종 수술이라도 복강경 수술은 정부 지원 대상이지만 로봇수술은 제외돼 환자 만족도와 정책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병원장은 “정부가 기술적으로 비급여 진료 항목인 로봇수술의 통계를 내기 어려워 지원 항목에 포함하지 못한 것으로 알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며 “정부가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지원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대서울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노력과 함께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필수의료가 외면받고 도태되지 않도록 이대서울병원만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주 병원장은 “이대서울병원이 중점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소아‧산부 진료, 대동맥 박리와 뇌출혈 같은 분야들은 모두 응급 시술이 필요한 필수의료”라며 “이대서울병원은 공공성 강화라는 목표 아래 아무도 하지 않더라도 필수의료 설비와 진료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수익보다 지출이 많은 필수의료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는 병원과 정부가 함께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역에서 거점 의료기관 역할을 하며 중증‧고난도 환자를 수용하는 병원들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