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뀌며 자살예방정책을 총괄하던 국무조정실의 ‘국민생명지키기 추진단’이 해체됐다. 국무총리 산하에서 자살예방정책을 지휘·감독하던 독립 조직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윤석열 정부가 자살예방에 대해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는 국무조정실의 ‘국민생명지키기 추진단(추진단)’을 없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서면서 행정안전부에서 추진단 정원 등을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해서 해체됐다”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 국민생명지키기추진단은 산업안전대책, 교통안전대책을 비롯해 자살예방대책 추진상황을 점검했던 조직이다. 범부처 간 자살예방정책 시행 계획 수립, 평가 등 정책 전반에 관한 지휘·감독을 맡았다.
자살예방정책위원회 개최도 추진단과 보건복지부의 자살예방정책과가 공동으로 담당했던 업무다. 국무총리는 자살예방법 제10조의2에 따라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해 자살예방정책에 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도록 돼있다. 2018년 12월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한 법으로, 정책 연속성이 깨진 셈이다.
추진단이 사라지면서 해당 업무는 국무조정실의 사회조정실 사회복지정책관이 떠맡게 됐다. 사회조정실 사회복지정책관은 보건복지와 관련된 중앙행정기관 행정에 대한 지휘·감독을 하는 기구다. 주로 복지부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추진단의 주 업무인 자살예방정책위원회는 정권이 바뀐 뒤 지난 6월28~29일 단 1번 서면으로 개최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살예방법의 지자체 자살예방 시행계획 추진실적 평가 결과를 매년 6월30일까지 통보하도록 돼있다. 자살예방정책위원회 운영세칙의 ‘긴급한 의결 필요한 경우’에 해당돼 서면으로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자살예방정책을 총괄하는 독립 조직이 사라지면서 범부처간 협력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은 “자살예방 업무는 복지부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범부처가 협력해야 하는 사안인데, 독립 조직이 없어지면 해당 업무를 관장하기 힘들고 기능도 약화될 것”이라며 “독립 조직을 없앤 건 윤 정부가 자살예방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2006년 총리실에 상설화된 자살예방대책위원회를 설치하며 전 부처가 힘을 합쳐 자살률을 37% 줄인 바 있다”면서 “대통령실 등 범부처를 관장할 수 있는 곳에 자살예방대책위원회를 만들어야 자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범부처 협력을 이끌어내는 컨트롤타워가 없어지면서 자살예방 업무가 복지부의 정책 중 하나로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독립조직이 사라지면 각 부처에서 진행되는 자살예방사업 성과 등을 챙기는 데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뀐다고 국민 생명의 무게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권이 바뀌었으니 없앨 수 있다고 해명한다면 무책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자살예방 총괄 기능 약화 우려에 대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국무조정실에선 그 기능과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자살예방 정책을 등한시한다면 법 개정을 해서라도 자살예방위원회를 없앴을 것이다. 업무를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니 법을 계속 가져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관계자는 “중앙부처 자살예방 시행 계획 수립, 평가를 담당했던 추진단은 정권이 바뀌며 사라졌다. 다만 자살예방정책위원회는 국무총리 주재로 여전히 있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