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발전사의 일면을 담당했던, 하지만 최근엔 ‘번화가 속 흉물’ 취급을 받고 있는 화정시외버스터미널이 결국 폐업의 수순을 밟게 됐다. 그렇지만 한동안 ‘도심 속 흉물’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고양시와 터미널 관계자에 따르면 시외버스터미널을 운영해 온 ‘우리기업’이 지난달 7일 경영악화를 이유로 운영사 면허를 반납하고 폐업을 신청했다. 이어 9일에는 회사 관계자가 직접 면허관리 주관부서인 고양시 버스정책과를 방문해 폐업 의사를 분명히 했다.
운영사의 모기업인 우리건설 이원희 상무는 9일 “4년 전 회사(우리건설)가 건물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고양시로부터 터미널 운영을 제안받아 지금까지 끌어오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면서 “1년여 전 휴업계를 냈다가 고양시의 협조 요청에 철회했지만 건물 노후화로 인한 사고 가능성까지 커져 가니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또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에 고양종합터미널이 생긴 뒤 화정터미널의 경우 경유지로 바뀌니 이용객도 거의 없어졌으며 버스회사들도 점차 노선을 폐쇄하고 있다”며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 한 사업적으로 헤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2015년 900명을 넘겼던 화정터미널 일일이용객수는 2022년 현재 5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화정터미널을 경유하는 노선도 2015년 50개에서 현재 8개로 줄었다. 대부분이 고양터미널로 발길을 돌렸다.
상황이 이럼에도 고양시에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민간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만큼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폐업 결정 또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16조에 따라 운영사가 폐업을 신청할 경우 막거나 미룰 근거가 없다.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일단 폐업신청이 들어왔는데 강제할 조항이 없어 처리는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임시정류장을 인근에 설치하려고 한다”면서 “완공될 때까지만 (폐업을) 기다려달라고 사정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폐업 시기가 조율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누적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아무리 늦어도 연말까지 문을 닫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는 임시정류장을 완공할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뜻을 내비쳤다.
화정터미널을 둘러싼 논란은 폐업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물 소유권이 20여 명에게 쪼개져 있고, 토지의 용도가 ‘주차장 부지’로 제한돼 건물 붕괴 우려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상무는 “수용하기 힘든 금액을 부르거나 복잡한 사정으로 매수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지금은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지금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물이 무너질 때까지 지금 상태가 이어지지 않겠냐”면서 한동안은 ‘번화가 속 흉물’로 방치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시 관계자 또한 “시가 나서서 용도변경이나 소유권 정리 등을 할 경우 특혜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면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고양=글⋅사진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