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된 ‘고양화정터미널’이 랜드마크로?

흉물 된 ‘고양화정터미널’이 랜드마크로?

복합시설 탈바꿈 공통된 요구 속 고양시는 특혜시비 우려도
20년째 방치 중인 서울 동부화물터미널 사태 재현 가능성도

기사승인 2022-12-12 11:54:00
건물 노후화와 이용객 감소로 조만간 폐쇄될 것으로 보이는 화정시외버스터미널

폐쇄 초읽기에 들어간 경기도 고양특례시 화정시외버스터미널이 지역의 ‘랜드마크(대표건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역 상인들과 주민들은 새로운 랜드마크 탄생을 기대하는 눈치다. 고양시 3대 상권의 중심인 지하철3호선 화정역과 붙어 있는 핵심상업지구에 위치한 만큼 주변 상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상필 한국항공대학교 교수(경영학부)는 지난 9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주관하고 정동혁 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이 화정터미널과 인근 상권을 대상으로 개최한 ‘지역상권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복합시설화를 주장했다.

이미 5년여 전부터 시외버스터미널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 회복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바탕에 깔렸다. 실제 2022년 현재 운영 중인 노선은 8개, 일일 승객수는 50명 수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이용객과 노선이 지하철 두 정거장 떨어진 고양종합터미널로 이동했다. 

건물은 노후화돼 물이 새고 외벽이 떨어져 나가는 등 붕괴 위험까지 높아지고 있다. 구조 역시 버스가 회차할 공간조차 부족해 터미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엔 부적합한 상황이다. 이에 원 교수가 재건축이나 재건축에 준하는 리모델링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결론 내린 것.

원상필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9일 ‘지역상권 활성화 토론회’에서 화정터미널의 복합시설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터미널은)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다”면서 “지금 상황에선 기능 활성화는커녕 존치도 어렵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복합시설을 지어 지역의 부족한 문화‧체육‧복지 시설과 기능을 더하는 것이 지역을 더욱 활성화시킬 묘수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역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터미널 상가들을 대표하는 상가연합회장을 비롯해 터미널이 위치한 화정동상가연합회장, 고양시 소상공인을 이끄는 연합회장 등 지역 상계 대표들도 뜻을 같이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지역주민들은 물론이고 시의원과 도의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가운데 유보적 입장을 취한 이들은 고양시 소속 공무원들 뿐이었다. 김성구 고양시 소상공인지원과장은 “터미널이 사실상 상권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데 대체한다고 살아나겠냐”면서 “일정 기간은 터미널 역할을 하며 기존 상가들과 융화될 수 있도록 특화시키거나 다른 방법으로 상권으로서의 역할을 살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최은희 시 버스지원팀장은 “상권활성화를 이야기하는데 노선이 없어지거나 이용객이 없어서 폐쇄하자면 할 수는 있지만 현재로는 노선이 있고 이용객이 있다”며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은 관련 부서 검토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버스지원팀) 입장에서는 덕양구 교통편의 문제가 있어 무조건 찬성할 수는 없다. 터미널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9일 고양시 덕양구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화정터미널과 지역상권 활성화 토론회

이와 관련 원 교수는 “민간에 의해 이용되고 운영되지만 관의 판단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답은 주민 입장에서 화가 난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재건축을 하려면 용도변경이 선행돼야 하는데 각종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어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며 복합시설 건립이 쉽지는 않을 것임도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복합시설이 최선의 선택임을 강조했다. 이어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기에 지역협의체가 구성돼 재건축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지역정치인들이 나서서 관에 요구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논의는 제자리를 맴돌고 폐쇄된 터미널은 점점 협오스럽고 위험한 곳이 돼 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화정터미널 폐쇄 후 폐허화에 대한 우려는 주민들 또한 가지고 있었다. 화정동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터미널 뒤편은 지금도 우범지대화됐다. 늦은 시간이면 어둠이 깔려 비행과 문란행위의 온상으로 변하기도 한다”며 “폐쇄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나아가 “서울 동대문에 있던 동부화물터미널은 20년째 방치돼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지 오래”라며 “화정터미널이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역 주민은 물론 정치권과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환경개선을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고양=글⋅사진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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