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소아과…의료진 부족에 급기야 “입원 중단”

위기의 소아과…의료진 부족에 급기야 “입원 중단”

상급종합병원 가천대 길병원 소청과 입원 중단
전공의 11명 뽑는데 지원 0명도

기사승인 2022-12-13 09:02:12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합니다.   사진=박효상 기자

소아청소년 의료 공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천지역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은 최근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병원 소청과장은 지역 내 소청과 병·의원들에 편지를 보내 “입원이 필요한 소아들은 (길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 의뢰해 달라”고 알렸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길병원은 전날 홈페이지 공지 등을 통해 의료진 부족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내년 2월말까지 소청과 환자 입원 진료를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입원 환자를 진료할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다만 외래 진료와 소아응급실 운영은 그대로 유지된다. 

손동우 길병원 소청과 과장은 지역 내 병·의원에 공문을 보내 입원 중단 사실을 알렸다. 

손 과장은 “전공의 수급이 되지 않은 지 이미 수년이 흘러 이제 4년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저희에게는 2년차 전공의 한 명만 남게 된다”며 “더 이상은 입원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 “2023년 3월 전문의 충원이 이뤄지거나 그 사이라도 입원 전담전문의 모집이 이뤄지면 입원환자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그는 “입원 진료는 불가능하나 성심껏 외래 진료는 이어가도록 하겠다”며 “외래에서 가능한 일반 검사나 내시경, 심초음파, 뇌 MRI나 뇌파검사 등의 특수검사는 더 세밀하게 진행하겠다. 입원이 필요한 소아들은 다른 병원에 의뢰해 달라”고 당부했다. 

길병원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다른 상급병원에서도 소청과 전공의 미달 사태가 잇따르며 의료진 공백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7일 전국 수련병원 65곳이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을 마감한 가운데 소청과의 경우 전국 전공의 지원 199명 중 33명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기준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로 매년 감소추세다. 

서울 소재 ‘빅5’ 병원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세브란스병원은 소청과 11명을 뽑으려 했지만 올해 지원자는 0명이었다. 지방 병원 상황은 더욱 어렵다. 지원자가 1명씩 있었던 전북대병원·충북대병원을 제외하면 지역 거점 병원에는 지원자가 1명도 없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인구 17%인 소아청소년의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소청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고난이도, 중환자진료와 응급진료 축소 및 위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환자 안전과 사회 안전망이 위협받는 위기 상황”이라며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을 방지하고 진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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