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가수 정홍란이 2023년 신년경축 대공연에서 부른 노래가 K팝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의 음악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16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정홍란이 부른 ‘우리를 부러워하라’가 여자친구의 2017년 발표곡 ‘핑거팁’(Fingertip)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전문 음악인에게 (의뢰해) 두 곡을 비교해봤더니, 같은 음이름으로 표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결국 표절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를 부러워하라’는 북한 청봉악단이 불렀던 오래된 북한 가요다. 이번 신년경축 대공연에선 원곡보다 현대적이고 신나게 리메이크됐다. 문제가 된 구절 역시 리메이크에서 추가된 후주로, ‘핑거팁’의 댄스 브레이크 구간 멜로디와 비슷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홍란이 다른 가수들과 함께 춤을 추거나 ‘바가지 머리’라고 불리는 뱅헤어를 한 모습도 K팝 가수를 연상케 한다.
강 교수는 북한이 기성가요를 K팝과 유사하게 편곡한 배경엔 노동당 차원의 관여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9·9절 공연에서도 선전가요 ‘높이 날려라 우리의 당기’를 미국 흑인음악 장르의 하나인 리듬 앤드 블루스 형식으로 편곡한 바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그해 12월 보도에서 “개성과 특색을 잘 살린 참신하면서 이채로운 편곡”이라며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직접적인 지도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강 교수는 영상에서 “북한의 새세대들 사이에서는 남한 노래에 빠져서 사상이 많이 흐트러지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통제하는 상황”이라면서 “계속 단속하고 통제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북한 정권은 ‘주체적 변화’라며 남한 노래보다 더 수준 높은 노래를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 “그러다 보니 북한의 유명한 노래에 남한 걸그룹의 노래를 넣어 굉장히 익숙한 음악처럼 의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