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인플루엔자) 발병률은 5세 미만에서, 사망률은 80세 이상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팀(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공공진료센터 이진용 교수·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황수희 박사)은 11년치 빅데이터를 국내 최초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8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플루엔자 발병률은 5~10%(중증환자 300만~500만 명)이며, 이 중 20만~60만 명이 사망한다. 아울러 인플루엔자는 감염성 질환의 감염 경로와 유사해 호흡기 감염성 질환을 이해하는 기본 모형이자 방역정책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인플루엔자 발병률 및 사망률 조사가 아직 없어 보건정책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이혜진 교수팀은 인플루엔자 연령별 사망률 등 관련 분석을 위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인플루엔자 질환으로 외래를 찾거나 입원한 사람으로 △위험도(경도·중등도·중증·사망) △연령 △성별 △기저질환 △의료급여환자 등 다양한 형태로 나눠 분석했다.
연구 결과 지난 11년간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환자는 연도별 최소 21만 명에서 최대 303만 명으로 변동이 매우 컸다. 또 인플루엔자 환자 대부분은 경증을 보였지만 평균 9.7~18.9% 환자는 입원 치료를 받았고 0.2~0.9% 환자는 기계 호흡 치료나 중환자실 입원 치료를 받았다.
5세 미만 발병 수는 10만 명당 1,451.6~22,66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수는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체 사망자 중 67%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자였으며, 49세 이하는 0.1%였던 사망률이 80세 이상에서는 1.9~2.9%까지 치솟았다. 연령 외에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남성, 의료급여 환자, 기저질환의 중증도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신종 감염병 관리 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될 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 사망률을 낮추는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처방 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될 예정이다.
논문 1저자인 이혜진 교수는 “이전에는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 연구가 없어 관련 보건 정책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로 국내 최초 연령별 인플루엔자 유병률, 중증화율, 사망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교신 저자인 오명돈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감염병 관리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의미있는 연구”라고 전했다. 이진용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가 국내 현실을 반영하는 연구 분석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라며, “인플루엔자에 취약한 사람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인 ‘한국 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됐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