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 9개월만에 새 서울대병원장 임명…노조 갈등 해결할까

공석 9개월만에 새 서울대병원장 임명…노조 갈등 해결할까

기사승인 2023-03-05 10:04:08
지난해 11월 서울대병원 본관 앞 노조단체 총파업 현장.   사진=박선혜 기자

서울대병원에 신임 원장이 임명됐다. 지난 9개월의 공석동안 커졌던 노조와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4일 서울대병원은 제19대 서울대병원장에 김영태(1963년생)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영태 병원장의 임기는 오는 6일부터 2026년 3월 5일까지 3년이다. 

김 신임 병원장은 1988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서울의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현재 서울대병원 폐암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심폐기계중환자실장, 암진료부문 기획부장, 중환자진료부장, 전임상실험부장, 의생명동물자원연구센터장, 흉부외과장, 흉부외과학교실 주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대외적으로는 현재 세계폐암학회(IASLC) 아시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영태 신임 서울대병원장.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장 자리는 지난해 8월 김연수 전 서울대병원장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로 공석을 유지했다. 김 전 서울대병원장이 그 자리를 대신 메우고 있는 형태였다. 

당시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박재현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와 정승용 서울보라매병원장을 교육부에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에서 두 후보를 모두 반려한 바 있다. 명확한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병원 내부자들 사이에는 ‘후보 중 여권 유력 인사와 가까운 사람이 있다’ ‘대통령실과 연이 있는 후보가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9월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서울대병원 노조단체가 ‘병원장 임명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국립대병원 수장 자리가 대통령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 됐던 과거 오병희, 서창석 병원장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병원장은 무엇보다 서울대병원의 공공성을 지킬 적임자여야 한다”고 신임 원장 후보들에 대한 경계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후 올해 1월 새로운 서울대병원이사회가 꾸려지면서 병원장 후보 모집을 다시 시작, 최종 11명 후보들 중 최종 2명이 교육부에 전달됐다. 최종 후보는 폐암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영태 교수와 진료부원장 김병관 교수다. 결과적으로 김영태 교수가 신임 원장을 맡게 됐다.

노조 총파업 관련 서울대병원측 안내문.   사진=박선혜 기자

노조 주장 ‘보건의료정책’ 논의 시작할까

지난해 11월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는 ‘윤석열 공공 혁신안 폐기’를 주장하는 1100여명의 노조 조합원이 집결했다. 

해당 혁신안은 같은 해 8월 윤 정부가 내놓은 것으로 공공기관의 인력과 조직을 효율화하고 낭비제거를 통해 예산을 절감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시기부터 인력 충원을 외쳐왔던 만큼 이번 혁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팬데믹 시기에 없는 인력을 쥐어짜며 감염병 예방과 치료에 최전선에 섰지만, 돌아온 것은 인력 및 복지 감소뿐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노조는 김 전 서울대병원장과 인력을 확충하기로 합의했으나 중간에 임기가 끝나면서 요구가 흐지부지됐다. 게다가 임명 공석 기간이 길어지는 가운데, 혁신안의 등장으로 인력을 더 이상 충원할 수 없다며 병원측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보라매병원의 보호자 없는 병동(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간호 인력은 단 1명도 증원되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때는 간호조무사 한명이 42명의 환자를 보거나 올해 8월까지 한 병동의 간호사 11명이 사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승용 보라매병원장은 상황이 어려워 인력 충원이 힘들다는 이야기만 번복했다. 서울대병원도 노조 요구 상 300명이 충원돼야 하지만, 병원측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재부가 인력을 승인해주지 않을 거라며 합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윤태석 서울대병원분회장(파업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몇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병원장은 우리의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정부가 내년에 공공기관 정원을 축소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인력 증원 합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지침이 대규모 파업을 일으켰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필수·안전 인력 확충 약속과 기재부의 근거 없는 인력 통제 중단뿐이다”고 밝혔다. 
   
결국 총파업은 4일 만에 서울대병원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하면서 종료됐다. 협약 주요 내용은 △임금 인상(총액 대비 1.4%, 정부 가이드라인 준수) △어린이환자 공공의료 강화 노력 △기후위기 대응 노력 △교대근무자 근로조건 개선 △인력 충원 등이다. 지난해 8월 1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약 3개월 동안 총 51차례의 교섭을 진행한 결과다.

오는 6일 김영태 신임 원장은 취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인수인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노조측은 협약으로 잠재웠던  갈등을 문제없이 유지해나갈 지 주목하고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