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괴롭힘 당했다면…“부모 자신의 마음부터 다독여야”

우리 아이 괴롭힘 당했다면…“부모 자신의 마음부터 다독여야”

기사승인 2023-03-08 11:30:28
사진=박효상 기자

3월 새학기를 맞아 아이의 교우관계와 감정 변화에 관심을 갖는 부모들이 많다. 특히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내 아이가 학교 폭력 피해를 입는 것도 마음이 아프지만, 한편으로 가해자가 되면 어쩌나 우려되기도 한다.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지만 학창 시절 괴롭힘이나 따돌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내 아이에게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부모가 어떻게 아이의 감정을 돌보고 공격성을 조절할 수 있는지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의학과 교수와 함께 알아본다.

괴롭힘 당했다면 우울감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교육부의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재학생까지 총 321만 명 가운데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학생이 1.7%로 5만 명을 넘었다. 학교폭력 유형은 언어폭력 41.8%, 신체폭력 14.6%, 집단따돌림 13.3%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답하지 않은 학생 중에서도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한 사례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소년기는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면서 또래 집단에 심리적으로 의지하게 되는 시기다.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려고 친구들과의 관계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때기도 하다. 이런 시기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 하면 소외감, 억울함, 죄책감 등을 경험하게 된다.

한 번이라도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면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두려운 곳이 된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리되지 않아 계속 마주치기도 하고, 가해자나 그 가족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탓해 2차적 상처를 입기도 한다. 또 그런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 피해자가 학교를 옮기거나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학교 밖에서 교복을 입은 아이들만 봐도 심장이 빨리 뛴다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내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을 때 필요한 부모의 첫 번째 자세는 부모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다. 또한 아이를 다그치고 추궁하거나 비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아이 스스로 ‘네가 부족하고 잘못해서 그렇다’, ‘너도 잘못한 것이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괴롭힘을 당한 상황과 그 때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확한 상황과 사실을 학교에 알리고, 피해 정도에 따라 가해자와 우리 아이를 즉시 분리하고,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또 부모가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아이가 괴롭힘을 당해발생하는 소외감, 우울감, 자신감 저하 등 부정적 감정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아이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인다면 먼저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고  아이가 겪는 자기 손상감, 무기력함, 우울감, 외로움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고 돕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일상 활동에 지장이 초래될 정도의 증상이나 자해 충동이 있는 경우, 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증상이 개선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즉시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아이 괴롭힌다면 감정 조절 능력 키워야

공격성은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행해지거나 일어나는 신체적, 언어적 행동을 의미한다. 공격성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으로 발현될 수도 있지만, 감정 처리가 미숙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충동성이 짙고 분노를 자주 표출하며 감정이 결여된 모습을 보인다.

또래 아이들을 향한 공격 양상은 연령대별로 다른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상황에 따른 감정 조절 방법을 알고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미숙한 감정 처리를 조절해야 하며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부터 중·고등학생 시기에는 높은 불안감이 원인일 수 있는 만큼 아이의 감정 상태를 미리 염두에 두고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김 교수는 “부모가 흥분하거나 화를 내면 아이는 문제 행동 자체보다 부모의 태도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된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부모의 행동을 따라하고 자연스럽게 학습하기 때문에 화가 났을 때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적 행동을 하게 되면 아이는 그 모습을 모방한다.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아이의 공격 행동은 나쁜 것이라고 말해줘야 한다. 그리고 아이의 공격적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능하면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아이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좋다. ‘친구가 별명을 불러서 놀림당한 것 같아 네가 화가 많이 났구나’라며 부정적 감정을 구체적 언어로 표현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더불어 “화가 나는 순간에 스스로를 진정시킬 수 있는 아이만의 방법을 함께 고민해주자. 복식 호흡을 하며 숫자를 1부터 10까지 천천히 세어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달리기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부모의 태도를 통해 공격성을 잘 조절하는 아이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간혹 부모들 중에 안쓰러운 마음이 생겨 제대로 훈육하지 못하거나 방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마음 때문에 아이를 제때 훈육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기 어려워지고 사회에 나가 어울릴 기회를 갖기 힘들어진다”며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사회 속에서 어우러지려면 아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심리적 지지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분명한 태도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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