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이 시끌시끌합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 마저 시중은행을 상대로 강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시중은행 비판의 최선두에 서 있는 사람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입니다. 이 원장은 시중은행의 영업방식을 두고 “약탈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들이 있었고 그게 지금 정점에 와 있는 것”이라며 “금리 상승으로 부담이 커졌는데도 은행들은 수십조 이익을 벌고 있고 그 이익의 사용 방식과 관련해서도 여러 의문점이 있다”고 말할 만큼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죠.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이견이 갈립니다. 지난달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회의록을 보면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권의 약탈적인 영업 방식이 취지에 부합하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을 두고 ‘은행 때리기’라거나 ‘은행은 사기업’이라는 등 다소 엉뚱한 내용이 나오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속 은행은 반사 이익을 얻고 1조원에 가까운 성과급을 나누니 비판 여론이 커진 것”이라며 윤 원장의 발언을 두둔했습니다. 반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말 은행이 고금리 상품을 출시하고 은행채를 발행한 건 이에 앞서 금융당국이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과 순안정자금조달비율 규제를 높였기 때문”이라며 “또 금융위가 예금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면서 금리가 4%대까지 주저앉았다. 그 바람에 예대율이 더 크게 벌어졌고 은행이 이자 장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이 이복현 원장은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주 BNK부산은행을 방문한데 이어 이번주에는 KB국민은행을 만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원장이 방문한 은행마다 각종 서민금융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죠.
부산은행이 발표한 ‘따뜻한 금융지원’ 방안에는 ‘새희망홀씨’ 대출금리를 최대 1.0%p 인하를 비롯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도 0.85%p에서 0.60%p 수준으로 낮추고, 4월 중에는 기존 대출 차주에 대해서도 금리 인하를 실시함과 동시에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대환하는 ‘BNK 따뜻한 상생 대환대출’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전체 금융지원규모가 6000억원입니다. 먼저 가게대출 금리를 1000억원 규모로 인하하고 제2금융권 대출 전환 상품 ‘KB국민희망대출’을 이번달 내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총 자금규모는 무려 5000억원으로, 시중은행에서는 최초로 시행되는 제도가 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은행들의 지원방안을 두고 이복현 원장은 “시의적절하다.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은행의 노력이 일회성이거나 전시성으로 흘러가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칭찬의 말을 아낌없이 남겼습니다.
다만 이같은 이 원장의 행보가 사실 ‘출마’를 위한 포석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금융권, 관가를 가리지 않고 이 원장이 7월 퇴임 후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 9일 퇴임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원장은 “최소한 연말 내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노력을 해도 될 듯 말 듯 한 이슈이고, 감독기구 수장으로서 감독원장은 거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답변을 했습니다만, “그렇다면 올해 퇴임은 하지 않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서민금융 지원과 금융안정을 위해 발빠르게 행보하는 이 원장의 모습이 총선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문이 이 때문에 나오고 있습니다. 약탈적 금융을 비판하면서 ‘총선 출마를 위한 민심 얻기’라는 명분도 함께 챙기는 상황이라면, 그 진실성은 바래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찌됐건 이 원장은 대구은행을 비롯해 다른 은행들을 만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은행들을 만나 출마를 위한 ‘약탈’적인 모습이 아닌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일하는 진실된 모습이 이 원장의 진심이길 바랍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