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인 건강검진과 내시경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위암이 조기에 진단되는 비율이 높다. 조기 위암에 있어 위절제수술 대신 내시경을 이용한 ‘내시경점막절제술(Endoscopic Mucosal Resection, EMR)’ 및 ‘내시경점막하박리술(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 ESD)’이 최근 들어 보편적인 치료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위암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절제가 가능한 위암 환자의 치료에서 내시경절제술이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조기 위암 중 림프절 전이가 없고 국소적으로 근치가 가능한 병변에 대해 내시경절제술과 위절제수술은 거의 비슷한 비율로 시행되고 있다.
종양이 위 점막층에 국한되어 있고 분화도가 좋으며, 림프절 전이가 없는 조기 위암은 내시경절제술로 암 부위만 도려내는 시술을 해 치료할 수 있다. 조기 위암이라고 하더라도 침윤 깊이가 깊고 분화도가 나쁘거나,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고 기술적으로 내시경 절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위절제수술이 필요하다.
중앙대학교병원 암센터 박재용 소화기내과 교수는 “조기 위암 중 적절한 적응증을 만족하는 경우 내시경절제술은 이미 표준적인 치료법으로 정립돼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내시경을 이용한 절제술을 받은 환자와 내시경 없이 절제수술을 받은 환자를 비교해 보면 대등한 5년 생존율을 보인다”면서 “내시경절제술은 뛰어난 장기 성적을 보이는 동시에 위를 보존할 수 있는 여지가 커 일상생활로의 빠른 복귀가 가능하며 삶의 질 측면에서 위절제수술에 비해 강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의 위치, 침습 깊이, 형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갖고 재발률이나 부작용과 합병증, 삶의 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선의 치료 방법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내시경을 통한 절제술도 주의점은 있다. 시술 뒤 남아있는 위의 다른 곳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이시성 위암(Metachronous Gastric Cancer, MGC)’의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살펴야 한다.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조기 위암의 내시경 절제술 후 위암 재발률은 평균적으로 5~15%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일례로 최근 국내 대학병원 연구진이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받은 조기 위암 환자 1302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한 결과 약 9%(117명)가 이시성 위암이 재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위암이나 위선종으로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받은 환자 8만 9780명에 대한 9만 5411건의 시술 사례를 분석한 결과 내시경절제술 후 출혈, 천공, 폐렴 등의 합병증이 6173건 발생했다. 180일 이내에 추가 절제를 시행한 사례는 6716건이었다.
조기 위암의 내시경절제 후 이시성 위암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비롯하여 흡연, 음주, 자극적 음식 등 여러 환경·유전 인자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이러한 위험요인들이 쌓이면서 만성 위염이 발생하고 점막 위축과 장상피화생 등 변성이 진행되면서 위 점막이 전체적으로 암이 생기기 쉬운 상태로 변화하게 된다.
박 교수는 “조기 위암 부위를 내시경으로 절제한 뒤에도 대부분 위 점막이 남아있게 되므로 또 다른 곳에서의 종양 발생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기 위암이나 위 이형성증에 대하여 내시경절제술로 완전하게 치료받았다 하더라도 추가적인 위종양 발생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를 시행하고 금주, 금연을 해야 한다”며 “새로 생긴 위종양을 일찍 발견하려면 시술 이후 정기적인 내시경 추적 등 사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