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간 10배 무게 희귀병 환자, 세브란스 병원서 간이식 성공
최근 간 무게가 정상 간의 10배 이상(12.1kg) 나가던 다낭성 간질환 환자가 무사히 이식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되찾았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이재근 이식외과 교수는 다낭성 간질환 환자 김옥희(61·여)씨에게 생체 간이식수술을 무사히 마쳤다고 12일 밝혔다.
10여 년 전 간에 물혹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김씨는 2020년 상태가 나빠져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튀어나온 배가 눈에 보일 정도로 간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었다. 혈색도 안 좋고 배를 빼고는 눈에 띄게 말라 있었다. 검사결과 다낭성 간질환 진단을 받았다.
지나치게 커진 물혹으로 식사를 하지 못하고 호흡이 어려워진 김씨에게 의료진은 이식을 결정했다. 보통의 간이식은 간에 이어진 하대정맥(다리에서 올라오는 혈관)을 막고 간을 떼어내며 진행한다. 하지만 혈관이 약해진 김씨는 하대정맥을 막을 경우 혈압과 심박수가 불안정해지고, 심한 경우 혈관이 터져 사망에 이를 수 있었다.
다낭성 간질환에서 간이식 사례는 극히 드물다. 심지 지난해 일본 게이오 의과대학에서의 다낭성 간질환 환자의 간이식 수술 사례보다 수술 시간과 사용한 혈액 양도 적었다. 이재근 교수는 에크모(인공심폐기·ECMO)를 이용해 하대정맥에서 올라오는 혈액을 직접 심장으로 돌렸다. 간이식에서 에크모를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에크모 이용 시 도관을 삽입해야해 혈관 손상 위험이 있어 수술 난도가 올라간다.
이재근 교수는 “간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희귀 질환인 다낭성 간질환은 국내 수술 케이스가 적다”며 “성공적으로 마친 이번 수술의 경우 공여자와 혈액형이 다르고 에크모까지 사용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 의료진이 협진하고 환자와 보호자가 믿고 따라줘 얻은 결과”라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 복부 비만 심할수록 신경교종 발생 위험 높다
당뇨병 환자의 복부 비만 정도와 악성 뇌종양 중 하나인 신경교종 발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고은희·조윤경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팀은 20세 이상 당뇨병 환자 189만명을 최대 10년 간 추적 관찰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복부 비만이 심할수록 신경교종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한 복부 비만(허리둘레 남성 100cm, 여성 95cm 이상)의 경우 복부 비만이 아닌 환자에 비해 신경교종 발생률이 최대 37% 높게 나타났다. 특히 65세 미만의 젊은 당뇨병 환자의 경우,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보다 복부 비만에 의한 신경교종 발생률의 증가 정도가 16% 더 높게 나타났다.
고은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신경교종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지방세포가 체내 염증 반응을 유발해 신경교종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뇨병 환자는 복부 비만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 매일 30분씩 걷는 등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3D 프린팅으로 하악재건술 성공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원장 신현철) 이비인후과 백정환 교수는 본원 최초로 ‘3D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맞춤형 가이던스를 이용한 하악 재건술’을 통해 구강암의 광범위 절제 후 비골 유리 피판술을 통한 하악 재건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구강암은 입술, 혀, 볼, 잇몸 등에 발생하는 암이다. 전체 암 환자에서 보면 드물게 발생하지만, 전이와 주변 조직의 침범이 빈발해 환자의 예후가 매우 나쁘다. 암의 발생 위치가 먹고 말하고 숨을 쉬는데 중요한 부위이기 때문에, 암과 환자의 특성에 따라 정밀한 수술 기술이 필수적이다.
기존 하악 재건술은 단순 CT 영상 정보로 수술을 진행해, 수술 시간이 길고 기능 보존을 위한 정확한 위치 파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백 교수는 이를 극복하고자, 3D 컴퓨터 시물레이션과 맞춤형 가이던스를 통한 하악 재건술을 개발하고 환자에 적용했다. 이 기술은 수술 전 환자의 CT 자료를 기반으로, 컴퓨터 SW에서 가상으로 병변 하악을 절제하고 비골을 이용한 재건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방법이다. 이는 수술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기능 보존을 위한 안전성과 정확도가 높은 수술을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백 교수는 “수술 후 합병증 최소화는 물론, 심미적 측면, 기능적 측면 등 다방면으로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최상의 진료 및 연구에 박차를 가해 환자의 건강과 행복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심초음파’로 수술 후 심근 손상 및 사망률 예측 가능
국내 의료진이 비심장성 수술 환자의 수술 후 심근 손상 및 사망률 예측 인자로서 ‘좌심실 종축 움직임 변화’의 유용성을 밝혔다.
서혜선·문인기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김민관·배성아·정인현 용인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수술 후 심근 손상과 조기 심혈관 사건을 예측하기 위해 심초음파를 이용해 ‘좌심실 종축 움직임 변화’를 측정 및 분석했다.
연구 결과 좌심실 종축 움직임 변화가 적은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조기 심혈관 사건 발생 가능성이 30%, 심근 손상 가능성이 3.5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문인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가진 채 비심장수술을 받는 환자에서 좌심실 종축 움직임 변화의 임상적 유용성을 밝힌 첫 연구”라며 “본 연구가 앞으로 수술 전후 주요 심혈관 사건이나 심부전 발생을 더 정확하게 예측, 조기에 진단하고 수술 후 사망률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