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세대들을 중심으로 핫하게 떠오른 유행이 있습니다. 바로 ‘거지방’입니다. 거지방은 소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서로의 소비 내역을 공개하고 지출이 많은 경우 강하게 질타하는 등 절약을 위해 ‘상부상조’하기 위한 모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기는 정말 뜨거운데요,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거지방’이라고 입력하면 수백개의 채팅방들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직접 거지방에 들어가서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가지 일관되게 관통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소비에 이어지는 피드백들이 대체로 ‘해학적’이라는 것입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어 구매하겠다는 거지방 이용자에게 “아메리카노보다 아리수가 더 시원하고 맛있습니다”라던가, 일정 이상 금액을 지출할 일이 있는 경우 ‘품의서’를 만들어서 채팅방 일원들에게 보여주고 허락을 맡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기자는 ‘저를 운반해준 어르신께 감사 인사로 3800원을 드렸습니다’(택시 탑승)라고 포장하는 어떤 거지방 참가자의 말에 감탄을 금치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거지방 열풍을 두고 많은 해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의 경제 침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사소한 소비조차 줄여야만 하는 젊은 세대의 입장이 자조적으로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죠. 실제로 코로나19 기간만 하더라도 ‘파이어족’, ‘영끌족’ 등 청년세대들을 중심으로 투자 열풍이 일어나는가 하면, ‘명품런’, ‘플랙스’ 등 소비지향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끝났지만, 코로나19 이후 남아있는 상흔이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단행된 금리인상은 자영업자와 청년층들로 하여금 소비를 줄이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금리가 1%p 오를 경우 전체 연령의 소비가 0.49% 감소할 때 24세 이하는 0.78%, 25세부터 29세까지는 0.74%, 30대에서는 소비를 0.65% 줄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2030세대들이 갈수록 가벼워지는 지갑을 아껴보고자 만든 것이 ‘거지방’이라는 것이죠. 서로가 의지하면서 때로는 질책하기도, 열심히 모아서 ‘가치있는 소비’를 하는 것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자 거지방이 핫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냥 거지방이 재미있는 문화라고 생각하긴 힘들 따름입니다.
이처럼 청년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와중에 윤석열 정부의 청년공약 1호인 ‘청년도약계좌’ 출시가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5년간 열심히 납입하면 최대 5000만원을 만들 수 있다며 금융당국과 정부에서 열심히 홍보하고 있지만, 우대금리 조건을 살펴보면 조금 걸리는 사항이 있습니다.
대체로 청년도약계좌의 기본 적금 금리는 3.5%에서 4.5%인데, 나머지 우대금리 조건을 채워야 6%가 완성됩니다. 문제는 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조건입니다. 카드 실적과 급여 이체, 적금 추가 가입 등이 있는데, 각 금융사에서 발급한 카드를 월 30만원 이상을 무조건 사용해야 추가금리를 제공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과연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있는 거지방 이용자들이 우대금리를 위해 새로운 카드를 발급하고, 이를 위해 돈을 더 사용할까요? 이전 정권에서 출시한 청년희망적금은 우대금리 조건도 없고, 납입기간도 2년으로 훨씬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해지율이 15.8%에 달했습니다. 과연 가입기간이 더 길고 조건도 까다로우며, 납입기간이 긴 청년도약계좌의 유지율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올해 들어 거지방은 갑작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어려워진 경제상황 속 자연스럽게 청년들이 자조하고 무너지기보다 어떻게든 서로 도움을 주고자 만든 일종의 ‘자구책’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이들에게 청년도약계좌가 과연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은행과 정부에서 아직도 금리 산정을 두고 정리가 안돼 설왕설래 하는 사이 거지방 이용자들에게 청년도약계좌란 덧없게 느껴질 따름이겠죠.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