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가 페루를 넘지 못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 평가전을 0대 1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페루와 통산 3차례 만나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1무 2패 열세를 이어갔다.
지난 3월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두 차례 평가전에서 1무 1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페루전에서도 고배를 마시며 3경기 째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최전방에는 오현규(셀틱)와 황희찬(울버햄튼)이 호흡을 맞췄고, 양 측면에는 이재성(마인츠)과 이강인(마요르카)이 배치됐다. 중원에는 원두재(김천 상무)와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 위치했고, 이기제(수원 삼성), 박지수(포르티모넨스), 정승현(울산 현대), 안현범(제주 유나이티드)가 포백 라인을 구축했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알 샤밥)이 꼈다.
경기 초반 페루의 공세에 밀린 한국은 전반 10분 선제골을 내줬다. 밀고 들어오는 페루의 공격에 수비가 우왕좌왕 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수비가 무너진 사이 왼쪽에 있던 브리앙 레이나에게 완벽한 찬스가 났다. 박지수가 몸을 날려 수비했지만, 레이나는 왼발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이강인을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가려 했으나, 페루의 수비벽에 가로 막혀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반 32분 이강인의 절묘하게 감아찬 중거리슛은 페루 골키퍼 페드로 가예세가 간신히 쳐냈다. 한국의 첫 유효 슈팅이었다.
전반 추가시간에 이강인이 돌파하다 프리킥 찬스를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이강인이 골문을 직접 겨냥했지만, 수비벽에 맞고 코너킥으로 이어졌다. 코너킥 찬스에서 득점을 이어가지 못한 채 전반전이 끝났다.
후반전에 돌입한 한국은 천천히 공격 찬스를 만들어갔지만, 페루의 탄탄한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후반 16분에는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쳤다. 황희찬이 패루의 페스를 차단한 뒤 드리블을 치다가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이강인이 볼을 흘리고 오현규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뛰쳐나온 페루의 골키퍼에 슈팅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17분 조규성(전북 현대)과 홍현석(KAA 헨크)을 투입하고, 오현규와 이재성을 불러들여 공격진에 변화를 줬다. 후반 26분에는 원두재가 부상을 당해 박용우(울산 현대)가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한국이 페루의 측면을 공략해 나갔다. 후반 27분 황희찬의 크로스를 이강인이 헤더로 연결했지만, 페루의 골키퍼 선방에 득점이 좌절됐다. 후반 31분 이강인의 크로스를 조규성이 머리로 돌려봤지만, 골포스트 옆을 스쳐 지나갔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후반 39분 3명의 선수를 한꺼번에 교체했다. 황희찬, 안현범, 이기제가 빠지고 황의조, 나상호(이상 FC서울), 박규현(디나모 드레스덴)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공격 숫자를 늘려 득점을 올리겠다는 클린스만 감독의 승부수였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공세를 이어갔지만,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추가 시간 라인을 끌어 올려 총공세를 펼쳤지만 동점을 끝내 만들지 못하고 결국 패배했다. 대표팀은 오는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엘살바도르를 상대한다.
부산=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