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환자 전화 상담 또는 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6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실시됐습니다. 많은 의료 전문가들은 이 시범사업이 비대면진료가 의료계에 정착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시범사업은 세계보건기구(WHO)의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미국의학협회(AMA)도 비대면진료 권고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과 권고안에서 주장하는 중요한 원칙은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시진, 청진, 타진, 촉진으로 구성되는 대면진료의 기본이 비대면진료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정보통신기술(ICT)로 보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 시점에서의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를 보완해 준다는 의미로 접근해야 합니다.
더불어 다양한 해외 권고안에서는 원칙적으로 비대면진료 대상을 재진 환자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환자와 환자의 질환이 비대면진료에 적합한지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당 조절과 관련된 재진만 권장합니다. 당뇨병 환자가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할 땐 대면진료를 권합니다. 비대면진료가 환자의 편의성보다 건강관리 측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내 실정에 맞는 표준진료지침을 세워야합니다. 해외 권고안은 남용 혹은 부작용 가능성이 높은 수면제, 항생제,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들의 처방을 불가하거나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비대면진료 처방 약물들에 대한 위험도를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위험도가 높은 약물이 있거나 비대면진료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의료진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모든 내용은 문서화하고 기록해야 합니다. 비대면진료 과정에서 세심한 진단이 안 될 경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WHO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환자 안전, 개인정보 보호, 추적성 등을 확보하고, 비대면진료의 잠재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표준 운영에 필요한 절차와 수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비대면진료가 갖는 취지를 지키고 환자들과의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비대면진료의 방법, 해당 기술의 범위 등에 대한 환자의 의식 수준도 같이 상승돼야 합니다. 환자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것입니다.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비대면진료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근거를 경험을 통해 쌓아왔습니다. 최근 일부 산업계에서 이러한 근거 중심의 경험을 벗어난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많은 의료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의료진들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비대면진료 도입을 둘러싼 무조건적 찬성 혹은 무조건적 반대보다는, 급변하는 사회적 여건 속에서 어떻게 올바르고 현명하게 활용할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