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적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강원FC 구단과 양현준이 오해를 풀었다. 양현준의 유럽행도 다시 추진될 전망이다.
강원 구단에 따르면 김병지 강원 대표이사와 양현준이 지난 5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강원 구단은 “김 대표이사와 양현준이 서로 간에 쌓였던 오해를 풀었다”며 “여름 이적 불가 방침도 전면 재검토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21시즌 준프로 계약으로 프로 무대에 나선 양현준은 지난해 36경기에 나서 8골 4도움으로 강원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매달 K리그1 큰 활약을 펼치는 ‘레모나 이달의 영플레이어상’을 총 4차례 받았고, 라운드 베스트일레븐 6회, 라운드 MVP 1회 선정됐다.
여기에 지난해 8월에는 ‘팀 K리그’의 일원으로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와 경기에서도 짧은 시간에도 폭발적인 드리블을 과시하며 순식간에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시즌이 끝나고는 ‘K리그 어워즈 2022’에서 K리그1(1부리그)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올 시즌에는 19경기 1골 1도움으로 다소 부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K리그 최고 기대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에 오현규의 소속팀인 스코틀랜드 리그(SPL)의 셀틱은 지난 5월부터 양현준 영입을 추진했다. 셀틱 측은 강원에 250만 유로(약 35억원) 수준의 이적료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액의 이적료였지만 강원은 쉽사리 제안을 승낙하지 못했다. 6위로 마감한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에는 최근 10경기 무승(3무 7패)을 포함 2승 7무 11패(승점 13점)에 그쳐 11위에 머물러 있다. 최하위 수원 삼성(승점 10점)과는 승점 차이가 3점 밖에 나지 않아 한순간에 다이렉트 강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달 최용수 감독이 경질되고 윤정환 감독이 지휘봉을 막 잡았다.
팀 분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강원은 간판 공격수의 이적에 난색을 표했다. 수십억 상당의 이적료를 챙기더라도, 당장 양현준만큼 K리그 적응 문제가 없는 검증된 자원을 물색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고 봤다. 결국 구단은 이번 여름 이적 대신 2023시즌을 마친 겨울에 이적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양현준은 구단의 뜻에 반발을 드러냈다. 지난 2일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이적료가 부족하다면 내 연봉에서 깎아서라도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면서 “김 대표이사가 면담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현준은 이적 과정에서 김 대표이사와 만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는데, 최근 김 대표이사가 한 매체를 통해 양현준 측과 꾸준히 소통해왔다고 반박하면서 자칫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양 측은 직접 만나 그 동안에 쌓인 오해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전하며 오해를 풀었다. 다만 그렇다고 이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구단 측은 “전면 재검토라는 것은 셀틱 측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살펴보기로 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일단 이적 성사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양현준이 원하던 여름 유럽 진출 가능성은 다시 열렸다. 셀틱과도 협상도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만일 양현준이 셀틱으로 이적하게 된다면 오현규와 한솥밥을 먹게된다. 셀틱은 지난 시즌 트레블에 성공한 SPL의 명문 구단이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