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유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해 새마을금고 이용 고객의 손실이 결코 발생하지 않겠다. 유튜브 말을 믿지 말고 정부의 말을 믿어 달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금융사의 리스크를 거론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당국의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금융당국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뱅크런’입니다. 올해부터 국내 금융사들의 연체율이 조금씩 오르는 등 불안정성이 커지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2금융권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됐습니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대출 부실과 연체율 오름세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자 일부 금고에서는 예금 인출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번달 남양주동부 새마을금고의 부실사태가 정점을 찍으면서 새마을금고 영업점들에 예금 인출을 시도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몰리는 ‘진풍경’이 나타났습니다.
새마을금고로서도 꾸준히 이에 대한 해명을 이어왔지만, 잘 먹히지 않았습니다. 올해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2주라는 짧은 기간 6건의 해명자료를 내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여기에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까지 진화에 나섰지만, 효과가 그다지 없었습니다.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TV뉴스를 봐도, 신문기사를 보더라도 한국의 금융시장이 우려된다는 말이 지난해부터 계속 나왔습니다. 지난해 말 ‘예금 오픈런’이 벌어질 만큼 예금 금리 경쟁이 치열했는데, 이 당시에 새마을금고의 높은 금리에 이끌려 자금을 예치한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새마을금고가 위험하다, 합병된다라는 보도가 나오면 누구라도 불안해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새마을금고를 위한 변명을 좀 해보자면, 새마을금고는 설립 이후 약 60여년간 공적 자금이 투입된 적이 없었던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왔습니다. 1990년대 IMF 금융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두 큰 고비 속에서도 공적자금 투입 없이 성장했고, 총 자산 200조원을 2020년 돌파한 뒤 2022년 기준 284조원을 넘어 300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는 금융사로 거듭났습니다.
또한 새마을금고는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타 금융사와 동일한 위험부담을 지고 있진 않습니다. 같은 2금융권인 저축은행을 예시로 들어볼까요. 저축은행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영업정지 이후 전체 대출과 총 예수금을 계산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한 곳은 대출금이 대부분 떼인 상황이라 고객들에게 지급할 예금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 때 저축은행은 자신에게서 돈을 받아갈 권리가 있는 예금자들의 예금에서 5000만원 이상의 금액은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모자랄 경우 예금보험공사에서 자금을 공급해 5000만원까지는 보장할 수 있도록 합니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좀 다릅니다. 개별 법인 새마을금고에서 부실이 발생하고 합병하는 단계에 올 경우, 부실금액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모두 메워줍니다. 5000만원 이상이더라도요. 5월말 기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현금 예치금 15조2000억원 △중앙회 예탁금 48조7000억원 △상환준비금 13조3000억원 △예금자보호준비금 2조6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남양주 동부 새마을금고의 부실(600억원)이 새마을금고중앙회 자체적으로 손실을 메울 수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앞선 단계를 넘어섰을 때입니다. 새마을금고에 별 문제는 없는데, 사람들이 불안감에 예금을 계속 인출하는 경우 부실이 없더라도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죠.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1주년 간담회에서 “불안심리로 인한 과도한 자금 유출만 없다면 새마을금고 건전성과 예금자보호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잘못된 정보에 현혹돼 예금을 인출할 경우 예금자 본인의 재산상 손실은 물론 정상적인 금고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물론 새마을금고 건전성 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연체율 증가나 부동산PF 부실우려, 중앙회에서 발생한 사법문제 등 지적받을 사항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죠. 다만 우려가 ‘과도’하다는 것입니다. 우려가 우려로 끝난다면 아무 문제 없지만, 금융사들은 금융소비자들의 ‘과도한 우려’로 무너질 수 있기에 믿음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미국이 경제대공황에 빠져 대형 금융사들도 파산 직전까지 내몰리던 1933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단 한 가지는 바로 두려움을 갖는 것 그 자체(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루즈벨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라디오로 난로 앞에서 담화로 ‘정부를 믿고 예금을 다시 예치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당시 미국인들은 대통령의 말을 믿고 인출한 예금을 다시 은행에 예치하면서 은행들이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합니다. 지금 현 시점에서도 김주현 위원장의 호소는 효과가 있는 듯 합니다. 10일 기준 새마을금고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규모가 완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다행인 일이지만, 앞으로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우려가 여전히 많은 만큼 슬기롭게 해쳐나가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길 바랍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