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걸리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을 많이 하며 지냈어요. 지금은 그런 불안이 전혀 없어요. 사람이 북적거리는 식당이나 병원은 불쾌하기까지 해서 방문 자체를 안 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아요. 마스크 안 쓰고 다녀서 너무 편해요.” (김현아·28·강원 춘천)
# “최근 몽골로 해외여행을 갔다 왔는데 공항이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비행기 잔여 좌석 찾는 일도 쉽지 않았고요.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게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아요. 예전 같았으면 주변에서 기침을 하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알아서 피하거나 멀리했을 텐데 이제는 바로 옆에 앉은 사람이 기침을 연거푸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박재은·33·서울 노원)
최근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2만6000명 수준으로 급증하는 등 코로나19 유행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등 방역 규제가 풀린 데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야외 활동과 이동이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1일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되면서 사실상 엔데믹(풍토병화)에 접어든 후 방역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낮아진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대비 없이 방치하다간 큰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며 방역당국이 국민들의 경각심을 높일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라지는 검사·격리…“그저 감기 수준 증상”
2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7월 둘째 주(9~15일) 신규 확진자는 18만6953명으로 전주보다 22.2% 늘었다. 6월 둘째 주(11만3141명)와 비교하면 한 달 새 65% 증가했다.
특히 이달 들어 하루 신규 확진자가 3만명을 웃도는 날이 잇달았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 11일 3만1224명을 기록해 1월27일 이후 6개월 만에 3만명을 넘어섰다. 12일(3만4120명)과 15일(3만879명)에도 3만명을 넘어섰다. 올 들어 일일 확진자가 가장 적었던 3월20일(3924명)에 비하면 4개월여 만에 9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배경으로 마스크 착용 및 격리 의무 해제 등 당국의 연이은 방역 완화를 꼽았다. 더불어 각종 모임과 야외 활동이 늘면서 시민들의 긴장이 풀어진 영향으로 분석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유행을 주도하는 오미크론 XBB 계통 하위 변이바이러스는 면역 회피 능력이 높아 재감염이 늘고 있다”며 “이는 백신 접종으로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겠지만, 방역에 대한 시민들의 낮아진 경각심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고 격리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실제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한국리서치와 함께 지난 6월23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에 관한 인식’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증상을 경험했던 135명 중 32.6%는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증상이 있어도 격리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34.8%로 나타났다.
코로나19는 감염병이 아닌 단순 감기라고 여기는 시민도 적지 않다. 대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임지혁(42·가명) 씨는 “과거에는 정부가 코로나19를 마치 치료할 수 없는 병처럼 알려 두려웠는데 걸려보니 별것도 아니었고 그저 감기 수준의 증상이 있었다”고 전했다. 임 씨는 “재감염 위험이 있다고 하는데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라며 “집에 쌓여 있는 마스크들을 어떻게 처분할 지가 고민이다”라고 했다.
“취약시설 중심으로 방역 강화하고 경각심 높여야”
김우주 교수는 방역당국이 다시 방역의 고삐를 조일 때라고 말한다. 그는 “신규 확진자가 늘면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며 “적어도 요양병원 등 감염 취약시설에 대한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독감과 온갖 호흡기 바이러스가 코로나와 같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병의원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해야 한다”며 “방역당국은 국민들에게 현 유행 상황을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 ‘괜찮다’라고만 할 게 아니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안심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짚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에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는 권현수(가명·37·경기 성남) 씨는 “최근 직장 동료로부터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냐’라는 핀잔을 들었다”며 “그토록 강조되던 생활방역은 사실상 무너진 상태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권 씨는 “코로나19 유행을 모두가 힘겹게 극복해냈는데 현실을 방치하는 정부도, 과학방역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은 다음달 중 ‘코로나19 위기 단계 조정 로드맵 2단계’를 시행할 계획이다. 2단계가 시행되면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이 두 단계 하향돼 독감과 같은 4급 감염병이 된다. 이에 따라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보건소의 선별진료소 운영은 종료될 전망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앞으로 방역당국은 증가 추세와 변이 출현 등 유행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방역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고위험군 보호 등 현 대응체계를 빈틈없이 점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