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뜬 얼굴, 초기 암 신호라면

노랗게 뜬 얼굴, 초기 암 신호라면

췌장암·담관암이 담관 막아 황달 유발
황달 증상 있으면 암 치료 시 합병증 우려
눈부터 노랗게 변하면 신속히 검사 받아야

기사승인 2023-09-10 06:00:16
췌장에 생긴 종양이 담관을 막아 담즙이 정체된 모습.   한림대동탄성심병원


# 김정연(70·여)씨는 한 달 전부터 눈의 흰자위가 점점 노랗게 변하는 것을 감지했다. 이내 몸의 다른 부위까지 노란 빛을 띠기 시작했다. 김씨는 피곤이 쌓여 생긴 일시적 증상으로 생각하고 평소와 같이 생활을 이어가다가 ‘얼굴빛이 너무 안 좋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병원을 찾게 됐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은 김씨는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췌장암 때문에 황달이 생겼다”며 “이미 암이 너무 진행돼 수술이 쉽지 않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얼굴색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은 빈혈이나 간질환에 따른 증상일 수 있다. 그리고 소화기암인 췌장암, 담관암이 퍼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전문의들은 특히 암으로 인한 황달을 경계해야 한다며, 치료는 황달 증상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지방의 소화작용을 돕는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져 담낭(쓸개)에 저장된다. 식사를 하게 되면 저장된 담즙이 담관을 통해 소장으로 이동해 소화를 돕는다. 그러나 담즙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하면 담즙 내에 있는 빌리루빈 색소가 몸에 과다하게 쌓여서 황달을 일으킨다. 

황달을 부르는 상황은 다양하다. △용혈성 빈혈과 같이 빌리루빈이 지나치게 형성될 때 △또 간 손상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빌리루빈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에 생길 수 있다. △더불어 췌장암, 담관암 등 종양이 발생한 상황에서 담관이 막혀 담즙이 흐르지 못하게 되면 황달이 번진다. 

이경주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암에 의해 황달이 생긴 경우 황달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암 치료를 못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달이 있는 상태는 몸의 면역력도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수술 등을 받으면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이 교수는 “치료 과정에서 응고장애, 담관염, 간부전이 일어나거나 심한 경우 패혈증이 올 수 있다”며 “황달 증상부터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황달은 눈의 흰자위(공막)부터 노랗게 변하기 시작해서 점차 몸의 아래쪽으로 퍼져 전신에 나타난다. 황달로 인한 몸의 변화는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얼굴이 노랗게 변하는 증상과 함께 몸의 다른 변화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황달과 동반되는 증상으로는 소변색이 진해지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막혀있는 담즙의 성분이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이다. 또 황달이 암에서 유발됐다면 체중이 줄고, 소화가 안 되며 입맛이 떨어질 수 있다.

황달의 원인이 암 때문에 나타난 담관폐색으로 밝혀질 경우 내시경적역행성담췌관조영술(이하 ERCP)을 시행하게 된다. ERCP는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한 뒤 십이지장 유두부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 담관과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시켜 병변을 관찰하는 시술이다. 

시술은 진단과 동시에 막혀있는 담관을 뚫고 스텐트를 삽입해 담즙이 정상적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ERCP를 시행하더라도 고여 있는 담즙이 빠져나오고 황달이 호전될 때까지는 2~4주 정도가 소요된다. 황달의 치료가 늦어지면 암 치료 적기도 놓칠 수 있다.

이경주 교수는 “암에 의한 황달 증상을 유심히 관찰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결정적인 암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황달은 오히려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신호일 수 있다. 황달이 의심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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