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엔씨)가 오는 12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플래그십 다중역할접속게임(MMORPG)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이하 TL)’가 글로벌 게이머를 깜짝 놀라게 했다. TL의 안종옥 개발 PD가 ‘프로듀서의 편지’를 통해 전면적인 시스템 개편 현황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월 국내에서 진행했던 CBT에 대한 이용자의 피드백과 이를 게임에 적용하는데 있어서의 고민을 진솔하게 언급하며 ‘소통’과 ‘콘텐츠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엔씨는 TL의 콘텐츠 개선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지난 8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월 진행한 CBT 결과, 대규모 전쟁 콘텐츠와 오픈 월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면서도 “초반 성장 경험과 전투 시스템에 대한 개선 목소리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에 대한 엔씨의 응답이 프로듀서의 편지를 통해 공개됐다. 핵심은 ‘정적인 전투’와 ‘지루한 성장’의 개선이다. 이를 위해 진행 중인 17종 이상의 개선 사항에 대해 안종옥 PD가 상세히 설명했다.
안 PD는 핵심은 ‘역동적인 전투’와 ‘빠른 성장’으로 꼽으며 자동 사냥과 자동 이동을 전면 제거했다고 밝혔다. PC의 키보드와 마우스, 콘솔의 게임 컨트롤러를 통해 이용자가 콘텐츠를 직접 세밀하게 컨트롤하며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다.
자동 사냥의 삭제에 따라 TL의 전투 시스템 전반이 개편된다. 캐릭터가 움직임과 동시에 공격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캐릭터나 몬스터를 지정하는 것이 아닌 특정 지점을 타격하는 ‘논타게팅’형 스킬이 추가된다.
또한 두 종류의 무기를 착용하고 사용하는 ‘무기 스왑(Swap)’ 특성도 강화해 이용자의 성향과 컨트롤 숙련도에 따라 다채로운 전투 방식의 선택이 가능하다.
캐릭터의 성장 속도도 빨라진다. 자동 사냥이 제외됨에 따라 몬스터 사냥을 통한 경험치 획득의 필요성을 대폭 낮춘다. 이를 대신하는 것은 ‘모험’과 ‘탐사’ 콘텐츠다. TL은 게임 속 모든 지역을 이동할 수 있는 ‘오픈 월드’가 특징이다. 각 지역을 탐험하며 필드 내 숨은 장소들을 찾아내고, 의뢰를 완료하며 얻을 수 있는 경험치가 대폭 상향된다. 단순 반복 대신 TL의 세계관에 흠뻑 빠져들며 성장까지 도모할 수 있도록 변모한 것이다.
안 PD는 “비공개테스트(CBT)에서 선보였던 30레벨 까지의 소요 시간은 3분의 1로 감소, 정식 서비스 기준 최고인 50레벨까지의 소요 시간은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자동 사냥 제거라는 엔씨의 과감한 결정에 따라 스킬-무기 시스템 등의 전투 콘텐츠와 캐릭터 성장 방식까지 모두 변화한 것이다. 콘텐츠 일부 개선이 아닌, ‘게임을 새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대대적인 ‘진화’로 평가받는 이유다.
이밖에도 ▲이용자가 다양한 성장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스탯 체계 전면 개편 ▲초반 장비 제작과 아이템 강화 재료 습득처 확대 ▲레벨 성장에 따른 스킬 자동 습득 및 스킬 강화 재료 습득량 증가 등 CBT에서 확인된 이용자 피드백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TL의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엔씨는 이용자의 목소리를 더욱 가까이 듣기 위해 ‘TL에게 말한다’ 게시판을 열었다. 이용자가 게임에 대한 의견을 남기면 개발진이 직접 확인하고 개발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추가적인 개발자 편지를 통해 아직 공개되지 않는 콘텐츠를 공개, 이용자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계획도 설명했다. 이달 1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아마존게임즈와 함께 진행하는 ‘Technical Test Closed Alpha’에서 글로벌 이용자들의 피드백도 청취한다.
엔씨의 이번 개발자 서신은 모든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변화의 방향은 ‘MMORPG 본연의 재미’를 향하고 있다. 이용자와 함께 완성되어가는 TL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