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나팔고둥이 여전히 횟집에서 팔려나가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이 지난달 28일 울릉도 오징어 회타운에서 나팔고둥이 판매되고 있다는 시민들의 제보를 받고, 이달 2일 현장 확인한 결과다.
현장조사 시 회타운 3개 횟집에서 나팔고둥이 판매되는 것을 확인했고, 주민 인터뷰를 통해 대부분 식당에서 나팔고둥을 판매 또는 보관해 왔던 것으로 파악했다. 울릉도에서는 나팔고둥이 해방고둥으로 불리며 식용되고 있었다.
나팔고둥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국가보호종이다.
식용 고둥류를 통발로 어획하는 과정에서 함께 잡히거나, 형태가 유사한 고둥류와 섞여 횟감으로 유통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7월21일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나팔고둥이 혼획·유통되지 않도록 주민 홍보와 현장계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합동 보호 대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은주 의원실이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정부 합동 보호대책 발표 이후 두 부처 간 전국적으로 국가보호종 혼획·유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수조사는커녕 보호대책 시행과 관련돼 주고받은 공문조차 없었다.
멸종위기종 보호?관리 주체인 지방환경청들의 활동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홍보‧계도‧현장조사는 지난해 7월21일 정부 합동 보호대책 발표 직후 하반기에만 잠깐 반짝했다.
낙동강유역청은 지난해 8월 한 차례 거제 고현시장 현장조사에 이어 11~12월 거제‧통영 위판장에 현수막‧포스터 게시, 시장상인 교육 및 홍보 물품 배포 활동을 벌였지만, 올해 들어선 4월 부산 동래구 조개구이 식당 대상 현장 조사를 마지막으로 활동이 없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7월 딱 한 번 여수 거문도 부두 주변 식당 수족관을 순찰하고, 여객선터미널‧부두 현수막 설치와 어촌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또한 정부 합동 대책 발표 전 활동이었다. 같은 해 9월19일 한 차례 전남도 시‧군에 포스터 배포와 나팔고둥 불법 유통‧판매에 대한 홍보‧계도‧단속을 요청하는 공문만 내려 보낸 게 끝이었다.
올해 4월엔 한 차례 완도 수산물 판매장에 나가 불법판매 여부를 확인했다.
울릉도를 관할하는 대구지방환경청은 1년이 넘도록 아무런 홍보·계도 활동을 펼치지 않다가, 최근(9월 13일)에서야 처음으로 국립생물자원관, 경북도, 울릉군과 함께 울릉군 소재 업체 불법판매 여부 현장 조사를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저도 최근 국민신문고에 ‘울릉군 소재 한 업체에서 나팔고둥이 불법 판매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이은주 의원은 “매번 정부는 문제가 생기면 대단하게 문제해결을 할 것처럼 요란하게 홍보만 하고, 뒤돌아서면 그걸로 끝”이라며 “정부 합동 대책이라면서 멸종위기종이 어디서 어떻게 불법 유통?판매되고 있는지 전수조사조차 안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멸종위기종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환경부와 지방환경청마저 멸종위기종 1급 해양생물을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는데, 나머지 종들은 어떠하겠냐”며 “해양수산부와 함께 해양 국가보호종 보호대책을 재점검하고, 보호종들의 씨가 마르기 전에 당장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