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다소 생소한 종목들을 마주할 수 있다.
아시아 최대 스포츠 축제인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중국 항저우에서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열린다. 공식 개막에 앞서 축구, 배구 등은 조별리그 일정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본격적인 막이 오른 모양새다.
이번 대회는 개최지인 항저우를 비롯해 후저우, 진화, 닝보, 샤오싱, 원저우 등 저장성 6개 도시에서 분산 개최된다. 대회 슬로건은 ‘마음이 서로 통하면 미래가 열린다’다.
당초 항저우 대회는 2022년 9월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측은 1년 연기를 결정했다. 당시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대회를 잘 준비했지만 대회 이해당사자들이 현재 코로나19 팬데믹과 대회 규모를 신중하게 고려해 연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회명도 2023년이 아닌 원래 개최 연도인 2022년으로 쓰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45개국 1만2500명이 참가해 총 40개 종목에서 481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이번 대회에선 신규 종목으로 평소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종목들이 채택됐다.
e스포츠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시범 종목이었던 e스포츠는 이번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선정됐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리그오브레전드(LoL)’을 비롯해 ‘배틀그라운드(PUBG) 모바일’ ‘스트리트 파이터 5’ ‘왕자영요’ ‘FC 온라인’ ‘도타 2’ ‘몽삼국 2’ 등 총 7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두고 자웅을 겨룬다.
인기를 방증하듯 e스포츠는 이번 대회에서 티켓이 가장 비싸게 책정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입장권 판매 사이트를 보면 대부분 종목의 최소 가격이 100위안으로 책정됐지만, e스포츠만 400위안(약 7만3천원)에서 시작할 정도로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LoL은 이미 티켓이 모두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 은메달에 그친 한국 LoL 대표팀은 이번엔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e스포츠의 조던’이라 불리는 ‘페이커’ 이상혁(T1)을 비롯해 ‘쵸비’ 정지훈(젠지e스포츠), ‘제우스’ 최우제, ‘케리아’ 류민석(이상 T1), ‘카나비’ 서진혁, ‘룰러’ 박재혁(이상 징동 게이밍) 등 최정예 멤버를 꾸렸고, 최근 두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외에도 FC 온라인, 스트리트 파이터 5, PUBG 모바일도 만반의 준비를 거치면서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e스포츠와 더불어 브레이킹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선보이는 종목이다. 한국에선 평소 비보잉으로 불리는 브레이킹은 ‘2024 파리 올림픽’에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남자 선수는 비보이(B-Boy), 여자 선수는 비걸(B-girl)로도 부른다. 한국은 브레이킹 챔피언을 다수 배출한 브레이킹 강국이기도 하다.
토너먼트에서는 DJ가 무작위로 트는 음악에 맞춰 두 선수가 1분 안에 번갈아 가며 춤을 펼치는 게 한 라운드며, 경기당 기본 두 라운드씩 진행된다.
채점 방식은 피겨스케이팅이나 리듬체조 등과 비슷하다. 큰 틀에선 신체적인 퀄리티(테크닉·다양성), 해석적인 퀄리티(수행성·음악성), 미적인 퀄리티(창의성·개인성) 등 3가지 평가 요소를 점수로 환산한 뒤 요소마다 따로 주어지는 가중치를 보태 최종점수로 부여한다.
남녀 개인전에 각각 1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는 브레이킹에서는 비보이 김헌우(Wing)와 김홍열(Hong10)이 나서며, 비걸 전지예(Freshbella), 권성희(Starry)가 우승을 다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자취를 감췄던 바둑이 13년 만에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것도 눈길을 끈다. 마인드스포츠의 세부 종목으로 분류된 바둑에는 남‧여 단체전과 남자 개인전 등 총 3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한국 바둑의 간판으로 꼽히는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 최정 9단이 메달 싹쓸이를 노린다.
바둑과 함께 마인드스포츠 안에 속한 브리지, 체스, 장기 등도 아시안게임에서 볼 수 있는 이색 종목들이다. 브리지의 경우 한국에서는 1950년생 73세 임현이 최고령 선수로 참가하며 체스에서는 11세 김사랑이 최연소 선수로 출전해 관심을 모은다.
카바디, 쿠라시, 드래곤보트(용선) 등은 아시안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종목이다.
인도 전통 놀이에서 유래한 카바디는 술래잡기와 격투기를 합친 종목이다.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선정돼 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종목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미스코리아와 파병 장교 출신 이력으로 주목받은 우희준을 앞세워 사상 첫 여자 종목 메달을 노린다.
쿠라시는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무술이다. 기술과 경기 방식 등이 유도와 비슷한 점이 많지만, 하체를 공격하면 안 된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용선은 용의 머리와 꼬리를 형상화한 배를 타고 속도를 겨루는 종목이다. 12명의 선수가 배에서 노를 젓고, 정해진 거리를 더 빠르게 헤엄쳐야 승리한다.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밖에 영연방 국가, 인도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크리켓이 5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부활했다. 크리켓은 한국이 유일하게 참가하지 않는 종목이기도 하다. 또한 주짓수, 쿠라쉬 등 무술 종목 등도 아시안게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재미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