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이 의사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4년 새 입원환자 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 중독치료, 중증·응급 정신질환 치료의 거점 역할을 하는 국립정신병원이 위태로워지면서, 정신건강 공공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4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립정신병원 5곳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충원율은 41.2%(정원 80명, 현원 33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병원별로 살펴보면, 가장 규모가 큰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충원율이 38.4%(정원 39명, 현원 15명)에 그쳤다. 국립공주병원과 국립부곡병원은 각각 27.2%(정원 11명, 현원 3명), 국립춘천병원 42.8%(정원 7명, 현원 3명), 국립나주병원은 75%(정원 12명, 현원 9명)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도 영향을 미쳤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2명이 근무했지만, 이후 의사들의 사직으로 인력 공백이 심각한 상태다.
국립춘천병원은 지난해 8월 병원장이 임기 만료로 퇴직한 후 올 상반기까지 전문의가 한 명도 없었다. 지난 7월에야 병원장이 임명되고 의사 2명이 충원되면서 3명이 됐다.
국립부곡병원은 지난 1997년 약물중독진료소를 오픈한 마약류 중독자 전문치료보호기관이지만 만성적인 의사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 인력 공백이 심각한 탓에, 입원환자 수도 급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사 부족으로 야간 당직근무나 응급환자 등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어 입원환자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김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개 병원의 입원환자 수는 지난 2019년 1897명에서 지난해 909명으로 52.1%나 줄었다. 같은 기간 국립정신건강센터 입원환자 수는 708명에서 208명으로 70.6% 급감했고, 국립춘천병원도 263명에서 80명으로 69.6%, 국립부곡병원은 243명에서 124명으로 49% 감소했다.
국립정신병원은 증세가 심하고 자해나 타해 우려가 있어 민간병원에서 진료하기 힘든 중증 정신질환자를 주로 진료하고 있다. 특히 마약중독, 재난 및 사고 트라우마 치료 등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정신질환의 치료와 관리를 담당하고 있어 인력 확충이 시급하지만 복지부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원이 의원은 “국립정신병원은 정신건강 분야의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곳으로 지역사회 정신질환관리의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며 “병원에 대한 국가지원 강화와 함께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안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