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22개소가 신규 간호사 채용 면접을 같은 시기에 실시하기로 했다. 대형병원이 신규 간호사를 수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령하는 일명 ‘대기 간호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는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2개소가 신규간호사 채용 면접을 7월 또는 10월 중 같은 시기에 실시하는 동기간 면접제를 2024년도부터 실시하기로 협의했다고 5일 밝혔다.
일명 ‘빅5’로 불리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이 지난 2019년부터 ‘동기간 면접제’를 자율적으로 실시해오던 것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간 일부 대형병원은 간호사의 긴급 사직에 따른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간호사를 일시에 채용하고, 필요 시 순차적으로 발령하는 ‘대기 순번제’ 방식을 운영해 왔다.
합격 후 최장 1년 이상 대기 상태에 있는 ‘대기 간호사’들은 긴 대기 기간에 대한 불안감, 채용 후 임상 부적응 문제 등을 호소했다. 동시에 병원들은 다른 병원의 긴급 발령에 따라 근무 중인 간호사의 갑작스런 사직으로 발생하는 인력 공백, 수급난을 겪고 있었다.
동기간 면접제를 실시하면 대기 간호사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빅5 병원이 동기간 면접제를 실시한 이후 간호사 임용 포기율이 2019년 29.6%에서 2022년 22%로 7.6%p 감소했다.
확대되는 동기간 면접제는 2026년 채용까지 3년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그 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속 및 확대 여부를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간호사들의 병원 중복 합격 감소로 간호사 연쇄 이동이 줄어 중소병원의 긴급한 인력 공백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복지부는 대한간호협회 및 대한병원협회와 함께 ‘신규간호사 채용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필요 인원에 대한 정확한 추계와 정기적 발령을 통해 발령 대기 기간을 줄이고, 입사 예정월과 대기 순번을 안내해 대기 간호사의 채용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간호사 채용 시 대기 순번과 입사 예정월 고지 △필요 인력의 정확한 추계·채용과 정기적 발령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국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74개소를 대상으로 하며 2025년도 임용부터 적용된다.
윤동섭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신규 간호사 채용 가이드라인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동기간 면접 확대는 대형병원의 신규 간호사 중복 합격과 임용 포기 인원을 최소화해 중소병원의 간호 인력난 해소에 병원들이 자율적으로 동참한다는 취지를 갖는다”라며 “이를 통해 간호 인력난이 다소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간호사의 적정 수급과 관리는 환자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국민의 건강권 보호가 국가의 주요 책무임을 감안했을 때, 이번 신규 간호사 채용 가이드라인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동기간 면접 확대가 대기 간호사 행태의 근절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병원의 오래된 관행인 대기 간호사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다”라면서 “간호사의 불안감 해소뿐 아니라 대형·중소병원 전체의 간호사 인력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급난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