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율 인상, 청년은 더 느리게…연금개혁 방향만 제시

보험료율 인상, 청년은 더 느리게…연금개혁 방향만 제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발표…尹 정부 첫 연금개혁안
보험료율·소득대체율·수급개시연령 구체적 조정 수준은 ‘빈칸’
“보험료율 인상 불가피…인상 속도는 연령대별 차등 추진”
출산·군 복무 크레딧 확대, 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추진

기사승인 2023-10-27 14:01:01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관련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연금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연령그룹에 따라 차등 추진할 계획이라는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24개 시나리오 있는데…구체안 없이 방향만 제시

보건복지부는 27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심의했다. 지난 3월 발표한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재정계산위원회의 제도개선 자문안, 24차례 이해관계자 집단심층면접(FGI)을 통한 국민의견 수렴, 국회 연금개혁 특위의 논의 내용 등을 토대로 수립했다.

이번 개혁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구체적인 조정 수치를 담지 않았다. 재정계산위원회가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 변수를 조합한 24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했음에도 어느 것 하나 채택하지 않은 셈이다. 

연금개혁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국회와 함께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구체적인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관은 27일 사전설명회를 통해 “국회 연금특위에서 구조개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내게 되면 연금특위 논의에 제약이 생길 수 있어 정부는 지금까지 논의된 자료를 충실하게 제공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로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시나리오에 따르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각각 현행 9%, 40%로 유지할 경우 연금기금은 2041년 적자가 시작돼 2055년엔 바닥난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연금 보험료율 인상 속도, 세대별로 다르게 추진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못 박았다. 국민연금은 OECD 가입국과 비교해 소득대체율은 유사한 반면, 보험료율(9%)은 OECD 평균(18.2%)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인상 수준은 공론화를 갖고 구체화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건 보험료율 인상속도를 연령그룹에 따라 차등 추진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세대별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로, 시행하게 된다면 전세계 최초라고 복지부는 전했다. 이 정책관은 “가령 보험료율을 5% 인상하기로 했다면, 40·50대는 5년 동안 1%씩 올리고 20·30대는 20년간 점진적으로 올려 도달하는 연도를 다르게 조정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수급개시연령과 의무가입상한연령 추가 조정은 뒤로 미뤘다. 현재 정년은 60세인데, 수급개시연령은 63세이기 때문에 3년 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수급개시연령을 늦춘다면, 이같은 소득 공백이 더욱 길어지기 때문에 고령자의 계속 고용 여건이 성숙된 이후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90년대생도 연금 받도록…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국민연금 제도 신뢰성 제고에도 방점을 찍었다. ‘기금 고갈로 인해 1990년생부터는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 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국가의 ‘연금 지급보장 근거’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금이 고갈돼도 국가가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행 국민연금법에도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문구가 2014년 신설됐으나, 현행보다 지급보장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출산크레딧 및 군 복무 크레딧 확대안. 보건복지부

국고 지원 늘려 출산·군 복무 크레딧 확대

국고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보험료율 인상을 대신하는 직접적 재정 지원보다는 크레딧·보험료 지원제도 확대 등 실질소득을 높이는 방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크레딧 확대는 청년세대가 주로 부담하는 출산, 군 복무에 대한 보상 강화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현재 출산 크레딧 제도는 2008년 이후 둘째 자녀를 출산할 경우 추가 가입기간을 인정하고 있다. 이를 첫째아부터 자녀당 12개월씩 크레딧을 부여하고 이에 대한 국고 부담 비율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자녀 1명당 월 연금액이 약 3만400원 인상(2023년도 A값 적용)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군 복무 크레딧도 노령연금 수급권 취득 시 6개월만 인정했는데, 이를 군 복무 종료 직후 크레딧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

저소득층 지역가입자도 보험료 지원…최대 12개월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대책도 포함됐다. 현행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지원 대상은 사업중단이나 실업, 휴직했을 경우의 납부재개자 뿐이었다. 이를 저소득 지역가입자로 넓히기로 했다. 지원 수준은 월 최대 4만5000원이라는 상한선을 없애고, 보험료의 50%를 지원한다. 지원 기간도 12개월에서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간 연금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오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종사자를 사업장가입자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명목 소득대체율 조정은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다층노후소득보장 틀 속에서 구조개혁 논의와 연계해 검토한다. 다만 명목 소득대체율 상향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명목 소득대체율 상향 시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선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미래세대의 부담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공단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기금수익률 1%p 이상 추가 제고

기금수익률을 1%p 이상 추가 제고해 재정 안정화도 꾀할 방침이다. 방법으로는 위험자산 투자, 해외투자 비중 확대, 대체투자 분야 인력 확충 등을 언급했다. 

위험자산 투자 확대에 따른 운용위험 증가, 기금손실 확률 등에 대해선 정확한 정보공개와 소통을 추진한다. 또한 전문성 제고를 위해 전략적 자산배분 권한을 기금운용본부로 이관하고, 기금운용위원회는 장기수익률과 위험수준을 설정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의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오는 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연금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국회 연금개혁 특위와 협력해 공론화를 통해 구체적인 개혁안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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