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이라더니“…SMA치료제, 급여 확대에도 냉담한 시선

“개선이라더니“…SMA치료제, 급여 확대에도 냉담한 시선

스핀라자 급여 기준 개선…3세 이하 기준 삭제·평가도구 확대
환자단체 “급여중단 제도, 연령 따른 평가도구 사용 해결해야”

기사승인 2023-11-03 06:00:14
지난 9월2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발표한 성명서. 전장연 홈페이지 캡처

척수성근위측증(SMA) 치료제 ‘스핀라자’의 급여 기준이 확대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환자들의 시선이 회의적이다. 연령 제한은 사라졌지만 급여 중단 기준이 강화돼 지속적인 사용이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SMA 치료제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센나트륨)의 급여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급여 확대로 ‘만 3세 이하 연령제한’ 조건이 삭제되면서 그 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성인(후기 발현형) 환자도 급여를 적용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기존 스핀라자의 급여 기준은 △5q SMN-1 유전자의 결손 또는 변이의 유전자적 진단 △영구적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경우 △만 3세 이하에서 발현하는 SMA 관련 임상 증상과 징후 등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했다.
 
그동안 SMA 환자단체는 만 3세라는 연령 기준 탓에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한 채 의료비 부담에 허덕이는 환자들이 많다며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급여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스핀라자 1회 투여 가격은 9235만원이다. 1억에 가까운 의료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번 급여 확대를 통해 3세 이하 연령제한이 삭제됐다. 무증상 환아 및 18세 이전 증상 발현 환자까지 대상을 넓혔다. 또한 급여 기준을 판단하기 위해 시행되던 운동기능 평가도구도 다양해졌다. 기존에는 해머스미스 검진만 사용됐으나 개정 후 연령, 상태를 고려해 신경근육질환, 상지기능검사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동영상 촬영을 통해 급여 적용 가능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이 같은 개선안에 환자들은 한시름 놓았다는 입장을 내놓는 한편, 여전히 치료 접근성은 떨어진다고 한탄한다. 모니터링을 통한 급여중단 제도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핀라자는 5회 투여 전 임상평가에서 직전 평가시점과 비교해 운동기능의 유지 또는 개선을 2회 연속 입증하지 못하거나, 영구적인 인공호흡기 사용이 필요한 경우 투여가 중단된다.
 
이와 관련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SMA 청년 스핀라자 공동대응 태스크포스(TF)는 지난 10월4일 기자회견을 열고 “SMA 환자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점점 굳어져 움직임에 제한이 생긴다. 당장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날 수 없다. 기능 개선만이 아니라 유지하는 데 그 의의를 둬야한다”며 “특히 성인은 약물 효과가 더딘데, 이를 고려해 급여중단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늘어난 평가도구도 한계가 존재한다. 장애인단체는 “환자 개개인의 운동 기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이로 구분지어 평가도구를 적용하고 있다. 후발형 SMA 환자 중에서도 이미 지나치게 운동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성인 도구를 사용할 시 급여 대상에서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정혜인 SMA 청년 스핀라자 공동대응 TF 팀장은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퇴행이 진행된 환자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 돼 마음이 무겁다. 또한 여전히 구제되지 못한 탈락자들이 남아있다”며 “치료를 지속하기 위해 환자 스스로 유의미한 개선을 증명해야 하는 운동기능평가점수 지표가 설정됨으로써 치료 초기 환자 부담이 커졌다. 조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는 급여 중단 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인정했다. 다만 이번 급여 확대를 바탕으로 문제점이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박형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제시한 운동기능 평가들이 환자 개인의 기능 개선을 반영하기 어렵다. 환자에 따라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문제는 있을 수 있다. 환자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용부담 같은 사회경제적 요건들로 인해 기능을 숫자로 구체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심평원도 2019년부터 3년간 사용해보고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인지해 이번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약제가 더 늘면 약가 변동 등이 생기고, 치료 기회가 더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스핀라자 개발사 바이오젠코리아는 이번 급여 확대를 통해 추가적으로 10~20% SMA 환자가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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