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지역 여론이 오랜만에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촉발 지진' 피해 주민 손해배상 소송 일부 승소 판결을 환영하고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미래연) 분원 성남행'을 반대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
촉발 지진 피해 주민 손배소 일부 승소 판결은 지진 피해에 대한 국가 등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로 꼽힌다.
첫 재판을 시작한 지 5년 6개월 만에 나온 판결은 '시민 승리'로 대변된다.
반면 포스코 미래연 분원 성남행은 '배신의 아이콘'이 되고 말았다.
포항시가 여러 경로로 포스코 측에 미래연 분원을 본원이 있는 포항에 구축해 달라며 요청했지만 결국 뒤통수를 맞은 것.
◇촉발 지진 손배소 일부 승소 '환영'
2017년 발생한 '촉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일부 승소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민사부는 지난 16일 지진이 지열발전 사업자의 과도한 물 주입에 의해 발생했다는 정부 조사연구단 등의 발표 내용을 인정하고 1인당 200~300만원을 배상토록 했다.
이강덕 시장은 "법원이 지열발전 사업에 의한 촉발 지진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며 "피해 주민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되는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전했다.
정치권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정재 국민의힘(경북 포항북) 국회의원은 "이번 판결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무한 책임'을 의미한다"면서 "손해배상 소멸시효 이전 법이 보장한 권리를 적극 행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병욱 국민의힘(경북 포항남·울릉) 국회의원은 "소송과 관계없이 일괄 배상하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면서 "시민들이 피해 보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포항 북구 지역위원장은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정치권이 해내지 못한 일을 시민들이 해결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지진 피해는 배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만큼 우리 모두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포스코 미래연 분원 성남행 '반대'
'포스코 미래연 분원 성남행'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강덕 시장과 백인규 시의회 의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미래연 분원 성남행을 철회하고 시민 앞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수도권 분원 조성이 현실화돼 안타깝다"면서 "이번 결정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역행하고 수도권 집중을 더욱 가속화하는 결과는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재 의원은 "미래연 성남 분원 설치 계획을 즉각 백지화하고 포항 중심 운영체계를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김병욱 의원은 포항과 포스텍에 대한 투자 계획·상생 비전 제시를 요구,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포스코가 수도권에 핵심 인력을 집중하려는 것은 지방 역차별이자 회사를 일군 지역 희생에 대한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무늬만 미래연 포항 본원으로 시민들을 우롱할 것이 아니라 포스텍 연구중심 의대를 설립하고 포스텍을 중심으로 포항의 연구개발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포스코 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포스코 측이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상경 집회, 회장 퇴진 운동 등을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항=성민규 기자 smg5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