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지도교수가 전공의를 상습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병원 측은 진상 조사와 징계 절차에 착수하며 상황 수습에 나섰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지도교수가 속해 있는 해당 진료과 학회는 상황을 접하고 즉각 입장을 밝혔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조선대병원 신경외과 4년차 전공의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0시경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지도전문의인 B교수에게 지속적으로 폭행당했다며 녹취록과 CCTV 영상을 올렸다.
A씨는 게시한 글에서 “환자와 간호사, 직원이 보는 앞에서 끌려가 수차례 쇠파이프로 구타당하고 안경이 날아가 휘어질 정도로 뺨을 맞았다. 목덜미가 잡힌 채로 컴퓨터 키보드에 얼굴이 박히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폭행뿐 아니라 수술 결과에 따라 벌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갈취당하기도 했다”며 “꿈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왔는데 처벌을 목적으로 폭행당했다는 사실이 너무 치욕스럽다. 쇠파이프를 들고 폭력을 행사했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몸이 떨리고 반복되는 악몽에 잠을 설친다”고 호소했다.
조선대병원은 이날 교육 수련위원회를 열어 A씨의 피해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A씨와 B교수를 분리조치하고 추후 교원 인사위원회에 B교수를 회부해 징계를 논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B교수의 예약된 외래진료와 수술을 제외한 모든 활동과 회의 참석 등을 당분간 제한하기로 했다.
언론을 통해 B교수의 전공과가 신경외과로 알려지자 관련 학회도 해당 사안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대한신경외과학회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피해를 당한 전공의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학회 내 폭행과 폭언에 대응하는 조직을 정비하고, 전공의들에게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공의들도 비판하고 나섰다. 대전협은 21일 성명서를 내고 “피해 전공의가 당한 폭행은 상상을 초월하는 참담한 수준이었다”며 “현재 협약된 법무법인을 통해 피해 전공의에게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문의 시험을 앞둔 만큼 무사히 피해 전공의가 수련 과정을 수료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와 진료에 힘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선대병원에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며 병원 전체 전공의 수련·교육 환경을 조사할 것을 주문했다. 대전협은 “조선대병원은 수련 중인 모든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이 사건을 면밀히 조사하고 합당한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