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민간기관이 주도해온 입양이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감독하는 공공체계로 바뀌는 가운데, 국제입양 가정에서 발생하는 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해결돼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진단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6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입양체계 개편과 국내로 들어오는 국제입양의 과제’를 주제로 제6회 아동권리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지난 7월18일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향후 복지부가 중앙당국이 돼 국제입양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준비해야 할 과제를 법무부 등 유관기관과 학계가 함께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특별법 통과에 따라 오는 2025년 7월19일부터 국내·외 모든 입양절차에 있어 국가책임이 강화된다. 보호대상아동 뿐만 아니라 그간 민법상 절차에 따라 진행된 국제 재혼가정의 전혼자녀 입양도 공적입양체계로 전환된다. 또 국제입양 명목으로 아동을 사고파는 등의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한다는 원칙의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헤이그협약)을 비준한다. 이를 통해 국제입양은 헤이그협약 원칙에 따라 국내에서 양부모를 찾지 못한 보호대상아동이나 국제 재혼을 통해 입양이 이뤄지는 경우 허용된다.
국제입양이 성립되면 최소 1년 동안은 국가가 양부모와 양자의 상호적응을 돕기 위한 사후관리를 실시하는 등 국제입양체계는 큰 변화를 갖는다. 하지만 안정적인 제도 시행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있다. 특히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낯선 한국생활 적응은 큰 장벽이다.
송현종 서울가정법원 조사사무관은 “국제결혼 가정의 미성년자 입양은 재혼가정이나 다문화가정의 특성 등으로 인해 매우 복잡한 성격을 지닌다”며 “한국으로 입양된 양자는 낯선 한국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며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랑구가족센터에서 12년 동안 국제입양 가정 상담을 진행해온 김영희 굿프랜즈평생교육원 원장은 양부모의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경찰서로부터 의뢰받아 진행한 상담 경험을 소개했다. 김 원장은 “입양아동이 집을 나가고 싶어한다는 고민을 이야기하는 가정이 있었고, 성인이 되면 본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는 아동도 만났다”며 “입양가정의 문제는 단순하지 않았고 여러 이유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상담을 진행한 가정들의 주요 문제로 한국인 부모와의 언어적·비언어적 의사소통을 꼽았다. 김 원장은 “부모는 입양자녀를 위해 하는 잔소리였지만 입양자녀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했고, 제대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입양자녀의 습관적인 행동을 하루 아침에 바꾸려고 하니 처음엔 관심이었던 부모의 말이 점점 견디기 어려운 간섭과 지나친 요구로 변질돼 서로의 관계를 멀어지게 했다”고 전했다.
입양자녀가 한국에 적응하는 문제도 국제입양을 어렵게 하는 점이다. 김 원장은 “15세 이상 나이에 한국에 온 입양자녀들은 친구 관계를 새롭게 만들기 어렵고 나이에 맞게 진학하지 못한 경우 더 어려움이 많았다”며 “입양자녀들은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만으로도 벅찬데 주변 관계마저 맺기 힘드니 날카롭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 구성원과 삐걱거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양자녀들이 지역사회 안에 있는 학교에 진학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한국생활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공적입양체계 개편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단 입장이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을 비준해 국제입양 아동의 안전과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겠다”며 “새로운 입양체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기 위해 헌신한 입양기관의 전문성과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입양기관 뿐만 아니라 입양가족, 입양인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