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기기 처방 열렸지만…“고령층 효과 제한적”

디지털치료기기 처방 열렸지만…“고령층 효과 제한적”

기사승인 2024-01-22 06:00:06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 받은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제품. 웰트의 ‘웰트아이’(위)와 에임메드의 ‘솜즈’. 웰트·에임메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 인지행동치료를 꺼렸던 환자들을 위해 ‘디지털 치료기기’가 정식 처방되고 있지만, 정작 수면장애 비율이 높은 고령층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료기기가 향후 정식 급여를 받을 경우 연령 등 급여 선별 조건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로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Somzz)’가 서울대학교병원, 세브란스병원에서 정식 처방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아 일부 병원에서 3년간 임시 급여로 처방된다.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20~25만원으로, 비급여 검사비를 포함해 50~60만원 정도인 기존 병원 치료비의 절반 수준이다. 임시 급여 이후엔 비용 대비 효과성을 평가 받아 정식 급여가 이뤄지거나 시장에서 퇴출된다. 지난 9일 첫 처방이 이뤄진 후 현재 총 3명의 환자가 사용 중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중 처음으로 처방된 솜즈는 만성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인지행동치료(CBT-I)를 제공한다. 인지행동치료는 가장 근본적인 불면증 치료법으로, 수면의 질을 떨어트리는 원인을 찾고 교정하는 것을 말한다. 솜즈 앱을 이용해 환자는 매일 수면일기를 기록하고, 의사가 이를 확인해 맞춤형 수면시간을 처방한다. 앱은 실시간으로 수면 습관을 교육하며, 수면에 대한 잘못된 생각 등을 개선하도록 돕는 피드백을 이어간다.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사업에 참여한 신재용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인지행동치료는 한국 진료체계 특성상 시행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환자들 중엔 병원에 자주 오지 않아도 되면서 효과가 확실한 수면제 처방을 원하는 사례가 많다”며 “디지털 치료기기는 기존 불면증 치료에 대한 미충족 수요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질적 치료 효과를 보려면 스마트폰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서 사용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서울대병원에서 실시한 솜즈의 임상시험에서 가장 연령이 높은 참가자의 나이는 62세에 그쳤다. 임상 참가자 제외 기준엔 ‘스마트폰 사용이 미숙한 경우’가 포함되기도 했다. 솜즈를 개발한 에임메드의 관계자는 “최근 정식 처방을 받은 환자 세 명은 20~50대다. 처방에 나이 제한을 둔 것은 아니지만 70~80대는 활용이 힘들 것을 예상하고 있다”며 “향후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 권장 나이도 70세 이전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수면장애 진료를 받은 환자는 60대(23%)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18.9%), 70대(16.8%) 순이다. 환자 대다수가 중·노년층에 포진돼 있는 것을 감안할 때,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다면 불면증에 있어 효과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전문가는 스마트폰 활용 능력에 따른 디지털 치료기기의 효과성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 차이가 단순히 나이에서 비롯되는 것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신 교수는 “스마트폰 사용이 미숙하면 당연히 효과는 떨어질 수 있지만 치료 효과 차이는 나이보다 교육 정도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나이가 아니어도 지체장애 등으로 인해 사용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령이거나 장애가 있어도 보호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솜즈가 급여권으로 들어선다면 효과가 높은 환자군에게 선택적으로 적용될 필요는 있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앱을 얼마나 잘 쓰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과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3년간 임시 급여를 받는 과정 속에서 실제 적합한 환자군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디지털 치료기기 수가 적용안’에도 이 같은 내용이 반영돼 있다. 해당 수가안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기기는 처방료와 교육료, 효과평가료를 따로 나눈다. 효과평가료는 환자의 앱 사용 지속성, 불면증 개선 정도를 평가해 효과성이 입증되면 의사가 추가적 수가를 얻는 구조다. 

신 교수는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의 핵심은 의사가 환자의 생활과 습관에 관심을 갖고 치료 계획을 적절하게 변경해가는 데 있다”며 “결국 효과가 있는 사람에게 사용하도록 유도될 가능성은 있다. 재평가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정식으로 급여 적용이 된다면 나이나 활용도에 따른 수가 제한을 둘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편, 에임메드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사용자가 제한돼 있는 만큼 한정적인 수익구조를 개선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에임메드 관계자는 “오는 4~5월쯤에는 1차 의료기관(의원급)에서도 처방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신건강의학과에 국한하지 않고 내과, 이비인후과, 신경과 등 불면증 치료제 처방이 가능한 여러 분야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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