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을 현재보다 최소 2000명 이상 확대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 형사처벌 면제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5일 서울 종로구 소재 경실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해 비판했다. 정책 패키지에는 오는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하고, ‘지역 필수의사제’ 도입,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이름은 종합대책(패키지)이지만, 그동안 의료계가 요구했던 내용이 주를 이룬 의사 달래기용 정책”이라면서 “핵심 정책인 의대 정원 증원 규모와 공공의대 신설 등 양성 방식은 빠져 실효성 없이 퍼주기 위한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대 정원을 최소 2000명 이상 확대하고 공공의대 신설 등 획기적 대책 없이는 현재 극심한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인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이 추진되면 필수의료 붕괴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을 맡은 신현호 변호사는 “의료인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는 제도”라며 “환자에 대한 생명권보다 의사에 특혜를 주는 법”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현재 성형수술 등은 프로포폴을 투여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자제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만약 미용·성형·피부과 같은 상업 목적 치료에 대해서도 특례 조항을 둔다면 의료 상업화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인력 배치 효율화 방안으로 제시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인 송기민 한양대 교수는 “현행 공중보건장학제도에 재정 지원을 보다 강화한 수준으로 사실상 실패한 정책에 포장만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공중보건장학제도는 학생 모집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선발해도 지원 받은 장학금을 환불하면 의무 복무를 미이행해도 그만이라 실패한 제도”라며 “지방 의료원에서 5억원을 준다고 해도 의사가 오지 않는데, 장학금을 좀 준다고 해서 지역에 가서 3년씩 근무할 의사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필수의료 분야에 건강보험 재정 10조원 이상 투입하는 방안은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의사들을 지역으로, 필수의료 분야로 오게 하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 호주머니 털겠다는 것”이라며 “지출 효율화 방안을 선행하지 않는다면 결국 국민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될 뿐”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앞으로 정책토론회 등을 통한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추진 문제점 공론화,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추진에 앞장서는 국회의원 명단 공개, 공공의대법 제정 국회 대응 등의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