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현(가명·39세)씨는 최근 아버지가 급성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회복 중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건강검진 결과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다.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게 화를 불렀다. 신씨는 “평상 시 고기와 술을 많이 드셨지만 말릴 생각을 하진 못했다”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도 몸에 나타나는 증상이 없으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말했다.
가족, 친지가 모이는 명절이면 술이나 기름진 음식 등을 먹을 기회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음식들이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경우엔 주의가 필요하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중 총콜레스테롤,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한 상태를 말한다. 이중에서도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은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한다. 최근 1년 사이 부모가 심뇌혈관질환을 경험했다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심장질환 진료 현황’에 따르면,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 중 50~80대 중장년층의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80대 이상이 15.47%로 가장 많았고, 이어 70대 13.53%, 60대 7.37% 순이었다.
학계에서는 심혈관질환 발생과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최대한 떨어트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이들에겐 LDL 콜레스테롤 목표 수치를 55mg/dL 미만으로 낮추고, 기저치보다 50% 이상 떨어뜨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장영우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LDL 콜레스테롤은 심혈관질환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라며 “심근경색 발병 후엔 초기부터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빠르게 강하시키고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의 관리 상태는 열악한 상황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지난 2022년 발표한 ‘이상지질혈증 팩트 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이상 성인의 5명 중 2명이 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지만, 실제 인식률은 60%대에 그친다. 치료율은 55%, 조절률은 47%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운동과 식습관 개선도 중요하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다면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스타틴, 에제티미브 같은 먹는 약으로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목표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PCSK9 억제제 등을 주사제로 함께 쓸 것을 권했다. 장 교수는 “목표 수치 달성이 쉽지 않다면 먹는 약과 PCSK9 억제제 등의 주사 치료를 통해 관상동맥질환 재발을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