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에 대해 체포영장 발부 등 강제수사를 하겠다고 하자, 대학병원 교수들이 전면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행정안전부, 법무부 등은 지난 21일 ‘의료계 집단행동 대책 회의’를 열고 의료계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단체·인사에 대해 구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 개인도 정식 기소하기로 했다. 필요한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법령에 따른 강제수사 방식을 활용해 수사할 계획이다.
정부가 전공의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교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수도권 대학병원 소속 A 교수는 2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전공의 체포영장을 발부하면 교수들도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진료 과장들 사이에서 사표 쓰자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도 23일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계속하겠지만 정부의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다면 이들과 함께 행동할 수밖에 없다”며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전국 단위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의대 교수 비대위를 전국 단위로 확대 재편 및 연대할 것”이라면서 “이미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비대위 구성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간다면 그나마 제한적으로 돌아가고 있던 병원의 진료는 열흘을 버티지 못할 것임이 자명하다”며 “이번 주말이 골든타임이다. 이후엔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파국이 닥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오는 3월 의료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년차 레지던트가 오는 29일 졸업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마치면 대학병원과 계약이 만료되고 전문의가 된다.
사직서를 내지 않고 병원에 남은 25% 전공의 상당수가 4년차 레지던트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2일 오후 10시 기준 자료 부실 제출로 시정 명령 예정인 6개 병원을 제외한 94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약 78.5% 수준인 8897명이 사직서를 냈다.
A 교수는 “4년차 레지던트가 사직서를 쓰겠다고 해서, 며칠만 기다리면 졸업이니 참으라고 말하며 돌려보냈다”면서 “사직서를 내지 않은 25%는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게 아니라, 졸업을 앞둔 레지던트 4년차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전공의 다수가 의료 현장을 이탈하는 최악의 수까지 염두에 두고 의료공백에 대비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보건의료재난 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모든 공공의료기관의 평일·주말·휴일 진료를 확대하고, 중증환자를 위한 광역응급상황실을 내달 초 4개 권역에 신설한다. 또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지원한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