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외에도 ‘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차 시장 활성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동의 한 카페. 조용한 분위기에 커피보다 밀크티, 유자차, 배모과차 등의 ‘차’ 포스터가 먼저 보이는 이곳에는 식사를 하고 온 손님들이 자리에 앉아 차를 즐기고 있었다. 메뉴를 유심히 보다가 유자차를 주문한 김의민(31)씨는 “남은 점심시간 동안 조용한 곳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 찻집을 찾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남창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차와 디저트를 주문한 김명자(63)씨는 “나이 든 사람들 사이에서도 차 문화가 자리 잡아 대부분 카페에서 모인다”면서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저녁때 잠에 들기 어려워 차를 많이 찾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카페 점장 A씨도 “얼그레이, 캐모마일, 루이보스, 히비스커스차 같은 경우는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많이 찾는 차 종류”라고 설명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차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6.1% 증가한 1조2870억원이다. 또 지난해 오프라인 소매 판매점의 차류 매출은 5370억원으로, 매출액이 4120억원이었던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차 매출은 증가했다. 지난해 스타벅스 코리아의 차 음료 매출액은 전년대비 15.5% 상승했다. 이디야커피도 이달 1~18일 차 카테고리 메뉴 판매량은 6개월 전 동일기간인 지난해 9월 1~18과 대비해 약 44%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쌍화차와 생강차 등 전통차 2종 판매량은 142% 증가했다.
이처럼 차 매출이 오르는 이유는 색다른 문화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청년 세대의 관심과 건강한 음식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중·장년층의 수요 증가 등으로 분석된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최근 뉴트로(New+Retro)를 찾는 소비트렌드와 함께 전통 음료에 대한 수요 또한 함께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약속을 자주 잡는다고 밝힌 윤정희(61)씨는 “카페인이나 당도가 높은 다른 음료들은 먹기 부담되는 경우가 있다”며 “오랜 시간 마셔도 괜찮은 차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카페뿐 아니라 전통찻집도 즐겨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찻집에서 느낄 수 있는 잔잔한 분위기와 여유로움, 차에 적합한 디저트 등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종로구의 한 개인카페에서 일하는 원희진(28)씨는 “키오스크를 두지 않고 직접 주문받거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친화적인 인테리어, 잔잔한 음악 등을 찾아 꾸준히 방문해 주시는 고객들도 있다”며 “특히 너무 달거나 먹기 불편한 디저트보다 떡, 한입에 먹기 좋은 견과류 강정 등도 고객들이 좋아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카페업계 분위기에 관계자들도 차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용산구의 남영동의 한 개인카페 점장은 “청년층이 많은 숙대입구 근처를 포함해 이 근처 카페들이 1500원에 커피를 판매해도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며 “소비자도 계속 줄어들고 있어 여유롭게 오래 즐길 수 있는 차 종류 메뉴를 확장하는 것이 훨씬 전망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바쁜 일상에도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고객층이 늘어나고 ‘다도’같은 차 문화가 자리 잡으며 소비자의 관심이 늘어났다”며 “카페인과 칼로리 부담이 적고 건강에 좋은 음료를 선호하는 현상에 고급호텔 등에서도 티타임을 즐기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글·사진=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