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소중함 아는 손흥민…이강인의 ‘롤모델’

태극마크 소중함 아는 손흥민…이강인의 ‘롤모델’

‘캡틴’ 손흥민, 대표팀 은퇴에 대한 심경 고백
대표팀 소중함 언제나 말하는 손흥민
성장과정에 놓여있는 이강인에겐 참 감사한 인연

기사승인 2024-03-22 09:09:27
태국전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 응하는 손흥민. 사진=김영건 기자

A매치 124경기 45골. 대표팀 경기를 위해 다친 몸을 이끌고 15년째 해외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선수. 대한민국 ‘캡틴’ 손흥민(32) 얘기다. 

손흥민이 국가대표 은퇴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아울러 자신이 대표팀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말하고, 대표팀 은퇴 기로에 선 상황에서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모든 면에서 완성형인 손흥민은 아직 성장통을 겪고 있는 이강인(23)이 보고 배워야 할 롤모델이 아닐까.

한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 태국과 홈경기에서 1-1로 비겼다. 풀타임 출전한 손흥민은 이날 팀의 유일한 1득점을 책임지며 ‘에이스의 품격’을 보였다.

결과를 떠나 손흥민의 경기력만은 눈부셨다.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득점 장면이다. 전반 42분 태국 진영 왼쪽에서 이재성이 정우영과 2대1 패스로 상대 좌측 선상을 뚫고 크로스를 올렸다. 공을 잡은 손흥민이 문전에서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작렬했다.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구석으로 향하는 환상적인 슈팅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대표팀 옷을 입고 득점하는 건 언제나 특별한 일이다. 말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면서 “내 골이지만 모든 선수들의 도움과 역할이 어우러진 결과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경기했는데, 골을 넣어서 기분 좋다. 이기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총평했다.

아시안컵 이후 손흥민은 대표팀 은퇴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이 대표팀 한두 경기를 위해 유럽에서 한국까지 먼 길을 온 것도 2010년부터 지금까지, 벌써 햇수로 15년째다. 손흥민도 이제 30대다. 긴 비행시간과 무리한 스케줄은 몸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대표팀을 소중히 여긴 손흥민은 언제나 힘든 몸을 이끌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태국전을 마치고 포옹하는 손흥민(오른쪽)과 이강인. 연합뉴스

대표팀 은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손흥민은 약 10초 간 말을 잇지 못했다. “되게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문을 연 손흥민은 “대표팀을 단 한 번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기에 매번 감사했고 영광스러웠다”면서 “사실 내 개인적인 생각만 했다면 (대표팀을) 그만할 것 같다. 그런 심경이 코앞까지 왔었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그럼에도 손흥민이 대표팀 은퇴를 하지 않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태극마크의 소중함과 팬들의 사랑이다. 손흥민은 “이만큼 사랑받는 축구 선수가 드물다. 힘든 상황에서 팬들이 먼저 떠오르더라.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면서 “팬들, 가족, 지인 등 많은 사람에게 응원을 받아 정말 큰 힘이 됐다. (대표팀은) 나와 축구 팬들의 약속이다.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 약한 생각(대표팀 은퇴)을 다시는 안 할 수 있도록 강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자신의 마음가짐을 밝혔다.

팀에 이런 주장이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성장해야 할 이강인에게 큰 호재다. 

앞서 한국 대표팀은 소위 ‘탁구 게이트’라 불리는 선수단 내 갈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저녁 시간에 탁구를 치러가던 이강인을 손흥민이 말리는 과정에서 언쟁과 몸싸움이 있었다는 게 주 내용이다. 대표팀의 현재와 미래가 크게 다퉜다는 사실이 팬들에겐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사건은 대회 이후 양 선수가 화해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리고 이날 손흥민과 이강인은 화해한 후 경기장에서 첫 호흡을 맞췄다. 이강인이 손흥민에 침투 패스를 건넸고, 공을 이어받은 손흥민이 위협적인 슈팅으로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강인과 호흡에 대해 “잘하고 재능도 많은 선수다. 내가 특별히 해야할 건 없다. 이강인이 교체로 들어와 분위기를 바꿨다”면서 “아시안컵에서도 호흡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이강인이 한 단계씩 성장하는 순간을 매번 느낄 수 있다. 같이 경기하면 즐겁다. 더 잘해주고 싶다”고 호평했다. 손흥민은 자신과 다툼이 있던 선수임에도 연신 감싸 안았다.

반면 손흥민과 달리 이강인은 믹스트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손흥민, 주민규, 김민재 등이 경기 후 긴 믹스트존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이강인은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강인. 연합뉴스

이강인은 아직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다. 손흥민이 말한 것처럼 이미 가진 재능도 훌륭하다. 현재 23세라는 어린 나이에도 이강인은 파리 생제르맹에 진출해 유럽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낼 준비를 마쳤다. 동나이대 견줄만한 선수를 찾기 힘들 정도로 확실한 재능을 갖췄다.

옆에 손흥민이 있다는 게 이강인에겐 참 감사한 일이다. 대표팀에 대한 간절함부터, 실력, 인성 등 모든 면에서 손흥민은 흠잡을 곳 없는 선수다. 이런 선수를 이강인은 바로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다. 차기 대표팀을 이끌어야 할 이강인의 롤모델은 당연히 손흥민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상암=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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