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령 태극마크’ 주민규(34‧울산 HD)가 ‘최고령’ 타이틀에 대해 웃으며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 태국과 홈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주민규는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출전해 후반 19분 홍현석과 교체되기 전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날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주민규는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33세 343일)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종전 기록인 1954년 한창화(32세 168일)와 1년 이상 차이가 난다. 앞서 주민규는 이번 대표팀 선발로 33세 333일에 태극마크를 달며 한국 축구대표팀 사상 가장 늦은 나이에 A대표팀에 발탁되는 기록도 세운 바 있다.
연신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우는 주민규의 심정은 어떨까.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주민규는 “33세밖에 안 됐는데 최고령이라고 하니까 40살 먹은 거 같다. 느낌이 이상하다”면서 “그래도 최고령이라는 타이틀은 그 부분의 1등이라는 의미지 않나. 기분 좋게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첫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관중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할 때 주민규의 기분도 남달랐을 터. “많은 팬이 올거라 생각했다”는 주민규는 “나도 대표팀 경기를 응원하러 간 적 있다. 팬들의 응원을 받으니 더 아드레날린이 나면서 신났다”고 말했다.
지시받은 역할에 대해 주민규는 “처음엔 공격 진영에서 상대 수비를 묶어두는 역할이었다. 이후엔 조금 내려와서 최전방 공간을 손흥민이나 정우영에게 주려고 했다”며 “원하는 역할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플레이라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흥민과 처음으로 같이 뛰어보니 어떠냐는 질문에 주민규는 “손흥민은 내가 평가할 선수가 아니다. 정말 좋은 선수”라며 “잘 맞춰간다면 손흥민의 득점을 도울 수 있다. 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국가대표로서 첫 출전에 더해 더 큰 욕심은 없었을까. 주민규는 “처음보다는 두 번째 출전이 더 나을 거다. 개인적으로 긴장 안 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힘이 들어간 것 같다”면서 “26일 경기에 출전한다면 나의 장기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겼다면 나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비겼기 때문에 그렇게 큰 점수는 못 줄 것 같다. 오늘(21일)은 100점 만점에 50점이다. 이번에 첫 출전했으니 다음 경기엔 데뷔골을 노리겠다”고 덧붙였다.
팬들은 주민규에게 ‘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는 걸개를 보내 대표팀 선발을 축하한 바 있다. 이에 주민규는 “팬들이 나보다도 더 응원하고 좋은 말을 많이 했다. 이번 국가대표 선발에 팬들 지분이 제일 크다”면서 “경기장에서 팬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간절하게 뛰겠다. 다음 경기도 머리 박고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상암=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