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웰콤 대표에 이어 크리에이티브 에어 공동대표,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부사장, 사장을 지냈고 제약, 패션, 통신, 금융, 자동차, 항공까지 수많은 브랜드의 캠페인을 기획, 제작했다.
그는 이 책에서 광고 관련 전문가와 클라이언트 등을 통해 146편의 얘기를 담아냈다. 카피와 시가 합쳐진 듯한 20~30줄의 짧은 문장 구사로 독자를 이끄는 글쓰기가 저자의 매력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시작했다”며 “잘 풀렸으면 시인이 되거나 건축가가 되거나 어부가 되었을 것”이라고 솔직함을 드러냈다.
그는 한 클라이언트 회장과의 대면에서 최승자 시인의 시로 ‘보고’를 가름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카피 정수가 시적 감수성에 있었음을 비치는 대목이다.
이후 저자는 광화문 글판에 국내 최초로 안도현 시인, 문정희 시인을 등장시키며 자칫 시로부터 멀어졌을 수도 있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충분히 광고로 녹여내곤 한다.
저자가 걸어온 남다른 광고인으로서의 철학은 “광고는 꼴찌를 1등으로 만들기도 하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던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도 하고,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던 대상이나 브랜드를 굉장히 좋은 이미지로 탈바꿈시키는 세상을 감동시키는 이로운 메시지”라고 했다.
저자의 첫 화장품 카피 ‘나이를 감추는 화장품이 있는가 하면 나이를 이기는 화장품도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 광고 ‘우리 아이들에게 할 말이 생겼습니다’, 화장품 선물세트 카피 ‘어머니도 여자입니다’, 소주 광고 카피 ‘오매, 단풍 들겄네’, 하나은행 성장 광고 카피 ‘참 잘 컸다’, 한 통신회사의 서태지 출연 광고 카피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없다면 나타나지도 말라’ 등이 시그니처이다.
책의 구성은 1부 문학을 사랑하며, 2부 인생을 알아가며, 3부 예술과 음악이 있는 여백 등으로 구성됐다. 도서출판 깊은샘(1만7500원).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