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진출 길목에서 ‘친정팀’ 젠지e스포츠를 만난 ‘도란’ 최현준(24‧한화생명e스포츠)이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4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열린 ‘2024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 2라운드 T1과 다전제(5판 3선승제)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완승을 챙겼다.
이로써 플레이오프 3라운드 승자조로 향한 한화생명e스포츠는 전날 디플러스 기아를 꺾은 젠지e스포츠와 결승 진출을 두고 일전을 벌인다. 아울러 플레이오프 1라운드 광동 프릭스전 3-0 승리에 이어 이날도 셧아웃으로 상대를 제압하면서 플레이오프 세트 6연승을 달성한 한화생명e스포츠다.
이날 한화생명e스포츠 승리 플랜 중심엔 ‘도란’ 최현준이 있었다. 최현준은 1세트 렉사이를 픽해 4킬 1데스 12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최우수선수(POG)에 선정됐다. 트위스티드 페이트 상대로 불리한 라인전 구도였지만, 이를 버텨낸 후 교전 때마다 ‘구마유시’ 이민형의 징크스를 노려 팀에 한타 대승을 선물했다. 최현준은 잘 큰 렉사이의 탱킹력을 앞세워 전장을 헤집었다.
이어진 2세트에서도 최현준은 잭스를 골라 상대 캐리력을 억제하는 ‘안티 캐리’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앞선을 구축함과 동시에 상대 뒤 라인으로 언제든 파고들 수 있는 최현준의 잭스에 T1 선수들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3세트 역시 최현준의 무대였다. 1‧2세트는 탱커로서 경기를 주도했다면, 3세트는 캐리 포지션에서 진가를 뽐냈다. 아트록스로 협곡을 누빈 최현준은 28분 바텀 전투에서 ‘최종병기’로 남아 상대를 제압했다. 최현준의 활약 덕에 한화생명e스포츠는 T1을 세트스코어 3-0으로 물리치고 플레이오프 3라운드 승자조로 향했다.
경기 후 쿠키뉴스와 만난 최현준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3-0으로 이겨서 기분 좋다. 재밌다”면서 “‘제우스’ 최우제가 (라인전) 주도권 있는 픽을 할 거라 추측했다. 그거에 맞게 밴픽을 준비 한 점이 잘 맞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연습 과정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기에, 오늘(4일) 이렇게 자신 있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면서 “T1이 주도권 챔피언으로 많은 압박을 가했는데 한화생명e스포츠가 거기에 맞게 대응을 잘했다. 만족스러운 경기”라고 덧붙였다.
시즌 초반 한화생명e스포츠는 젠지e스포츠, T1과 함께 ‘3강’ 후보로 분류됐지만, 그 안에서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즌 중후반부터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앞선 우려를 씻었다. 특히 이날 경기 포함해 플레이오프 6세트 연속 승리를 따내는 등 압도적인 포스를 뽐내면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등장했다. 최현준은 “시즌 초에 비해 팀 합이 더 잘 맞는다. 또 너무 중요한 기간이기 때문에 선수 개인 별로 열심히 연습하는 부분이 좋게 작용했다”고 상승세 비결을 설명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최현준은 결승 길목에서 ‘친정팀’ 젠지e스포츠를 만난다. 2022년 서머부터 2023년 서머까지, 무려 세 시즌 간 ‘젠지 왕조’를 이끌었던 선수가 바로 최현준이다.
“젠지e스포츠 선수들이랑 따로 얘기하지 않았다”고 웃으며 입을 연 최현준은 “친정팀이라는 점이 크게 다가오진 않는다. 개인적으로 ‘기인’ 김기인이 경계된다”면서 “상대가 탑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T1전과 다른 패턴으로 파훼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현준은 “젠지e스포츠에 지더라도 아직 기회 한 번(플레이오프 4라운드)이 남아있다. 그러나 어려운 길을 가고 싶지 않다. 결승에 먼저 선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플레이오프에서 다 3-0으로 이겼다. 이 기세를 몰아 젠지e스포츠전도 셧아웃 승리로 끝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종로=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