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빠르게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기존 금융권에서 전망하던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6월 뒤로 늦춰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현지시각) 공개된 3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가 부적절하다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의사록에는 “회의 참석자들은 강한 경제 모멘텀을 가리키는 지표와 실망스러운 인플레이션 지표에 주목했다”며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더 강한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나왔다.
특히 연준에서 우려하는 것은 물가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참석자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주목하면서 최근 지표가 인플레이션이 2%로 안정적으로 둔화한다는 확신을 늘리지 못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연준 위원들의 우려는 어느정도 들어맞는 모양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5%로 2월(3.2%)에 비해 0.3%p 높아졌다. 이는 지난해 9월(3.7%)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며, 시장 전망치(3.4%)도 넘겼다.
3월 CPI 지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가늠할 지표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1월과 2월 연속 미 물가지표가 시장 전망을 상회하면서 연준에서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둔화될지, 아니면 재차 상승세로 전환되는지 판가름할 ‘분수령’으로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3일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최근 수치가 단순한 상승(bump) 이상을 의미하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너무 이르다”면서 “하지만 최근 데이터는 견조한 성장, 강하지만 균형을 되찾고 있는 고용시장, 때로는 울퉁불퉁한 경로를 따라 2%로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전반적인 상황을 실질적으로 바꾸지는 않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됐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한 뒤 금리인하에 나설지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여전히 연준 위원들은 기준금리를 연내 인하해야 한다는 시각은 동일하게 유지했다. 의사록은 “거의 모든 참석 위원은 경제가 예상 경로로 움직일 경우 연내 어느 시점에선가 긴축 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나왔다.
미 금융권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점차 뒤로 미루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10곳 중 4곳은 이달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한 달씩 미뤘다. 웰스파고와 TD는 올해 5월에서 6월로, JP모건과 노무라는 6월에서 7월로 각각 변경했다. 나머지 6곳의 IB들은 기존 전망(6월)을 유지했다.
국내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에서 “기존 6월 FOMC 전까지 물가의 둔화 흐름을 확인하면서 6월 FOMC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물가 둔화 확인까지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으로 판단돼 6월보다는 7월에 연준의 첫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을 수정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최초 금리 인하 시기를 9월 이후로 보는 전망도 나왔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지난 3월 FOMC에서 연초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계절적 영향으로 치부하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도 궁색한 변명이 됐다”며 “지난해 말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긍정적으로 판단했을 당시 6개월 정도의 연율화 상승률에 기반했던 점을 감안하면, 첫 금리 인하는 일러야 9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