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향방은 ‘중국 용병’ 손에…오더 싸움 주목 [바둑리그]

우승 향방은 ‘중국 용병’ 손에…오더 싸움 주목 [바둑리그]

오는 8일 한국물가정보-수려한합천 대결로 준플레이오프 시작
플레이오프서 기다리는 울산 고려아연, 챔프전 직행한 원익
중국 용병 출전 여부에 오더 전략 달라져…지략 대결에도 ‘관심’

기사승인 2024-05-02 06:00:17
우승 세리머니를 해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을 받은 한국물가정보 주장 강동윤 9단이 박정상 감독과 포옹하는 포즈를 취했다. 사진=이영재 기자

“정규리그 최종전 당시 우리 팀은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가능했다. 2-2로 비기고 에이스 결정전을 가면 자력으로 3위를 확보한 후 결과에 따라 2위가 가능했고, 3-1 이상으로 승리한다면 울산 고려아연 결과에 따라 1위까지도 노려볼 수 있었다. 팀원들과 상의하고 1위를 노리는 오더를 냈다. 결과는 다소 아쉬웠지만…(웃음).” (한국물가정보 박정상 감독) 

프로 바둑 세계에서 대표적인 ‘지략가’로 손꼽히는 박정상 감독은 아쉬움을 남겼던 정규리그 마지막을 후회 없는 승부로 복기했다. 비록 패배했지만 정면 승부를 원했던 오더에선 사실상 ‘만점’이었기에 감독으로서 역할은 충분히 다한 셈이다. 

오는 8일부터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포스트시즌 시작을 알리는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한국물가정보와 수려한합천 대결로 펼쳐진다. ‘수미상관’일까. 공교롭게도 양 팀은 지난해 12월28일 개막전에서도 격돌한 바 있다. 

3위 한국물가정보와 4위 수려한합천은 정규리그에서 1승1패를 기록했다. 두 경기 모두 마지막 5국 에이스결정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에이스결정전에 출전한 선수 면면이 같다는 점도 재밌다. 양 팀 모두 주장이 출전했다면 이상하지 않지만, 물가정보 1지명 강동윤 9단을 합천 2지명 한우진 9단이 두 번 연속 상대했다.

물가정보와 합천은 두 번 모두 에이스결정전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정규시즌 4위 수려한합천은 3위 한국물가정보에 두 경기를 연속으로 이겨야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어드밴티지를 받은 한국물가정보는 준PO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이겨도 승리한다. 

상대적으로 한국물가정보가 우세한 상황에서 관건은 ‘중국 용병’ 출전 여부다. 한국물가정보는 박정상 감독과 친분이 두터운 특급 용병 당이페이 9단을 한국바둑리그 최초의 용병으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당이페이 9단은 메이저 세계 타이틀인 ‘몽백합배’ 결승에 올라 중국 리쉬안하오 9단과 결승5번기를 벌이고 있는 최정상급 선수다. 이번 시즌 바둑리그에선 ‘하루 2승’을 거두는 맹활약으로 팀 승리를 견인하는 등 특급 용병으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특히 한국 랭킹 2위 변상일 9단, 4위 신민준 9단을 제압하는 등 신진서 9단이 빠진 포스트시즌에서 ‘1승 카드’로 기대감이 높다.

박정상 감독은 쿠키뉴스에 당이페이 9단과 나눈 ‘위챗(중국 메신저)’ 대화를 공개하면서 돈독한 우정과 신뢰 관계를 입증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요즘 아내보다 당이페이 9단과 연락을 더 자주하는 것 같다”면서 “용병 선수와 실시간으로 컨디션과 대국 일정을 체크하고 등판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 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정상 감독은 “요즘 아내보다 당이페이 9단과 연락을 더 자주하는 것 같다”면서 실시간으로 컨디션을 체크하고 출전 일정을 조율한다고 전했다. 박정상 감독 제공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4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 용병 선수가 없는 수려한합천은 ‘토종’ 선수들의 선전을 통해 반전을 모색하겠다는 각오다. 연거푸 두 판을 승리해야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악조건이지만, 주장 원성진 9단과 2지명 한우진 9단 원투펀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플레이오프에서 대기하고 있는 울산 고려아연은 한국물가정보-수려한합천과 정규리그에서 모두 1승1패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답게 상대 전적까지도 팽팽한 모습.

2003년 드림리그로 출발한 바둑리그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외국인 용병 선수에게 문호를 개방해 외연을 넓히고 보는 재미를 높였다. 우리나라 상위 랭커들은 이미 2001년부터 중국갑조리그에서 용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8개 팀이 경합한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한 팀당 1∼5지명 다섯 명의 선수와 함께 용병을 포함한 후보 선수 1명을 보유할 수 있는 규정도 새롭게 도입되면서 각 팀 감독들의 ‘섭외력’도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오는 8일부터 이틀 연속 진행하는 한국물가정보-수려한합천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포스트시즌에 본격 돌입하는 바둑리그는 오는 11일 플레이오프, 15일에 챔피언결정전을 펼친다. 챔프전이 최종 3차전까지 갈 경우 17일 대망의 우승팀이 가려진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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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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